[박윤진 기자]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얼마나 기억하며 사는가. 중요한 건 그것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이 있느냐, 없느냐다. 여장부(차태현)는 CCTV를 통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슬로우 비디오’(감독 김영탁)는 동체시력(움직이는 물체의 판단 능력)을 가진 한 남자가 CCTV 화면 속 주인공들을 세상을 바라보고, 벽을 허물고,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느끼는 모험 같은 스토리를 그린다. ‘헬로우 고스트’에서 호흡을 맞춘 김영탁 감독과 의기투합한 이번 작품에서 차태현은 특유의 천진함과 담백함을 다시 한 번 만개시켰다.
여장부(차태현)는 찰나의 순간을 본다. 제 빠르게 움직이는 그 어떤 장면이라도 그의 눈에는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읽힌다. 빠르게 던져지는 야구공이나 숟가락에 쓰인 숫자를 척척 읽는 그런 능력 말이다.
“진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더 늦기 전에 밖에 좀 나가봐야겠다.”는 장부의 나직한 내레이션은 어린 시절 남다른 시력 때문에 세상과의 단절을 경험했던 그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시작점이 된다.
마을 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게 된 그는 어릴 적 짝사랑 했던 봉수미를 화면으로 관찰하게 된다. 여기에 늦은 밤 외로이 홀로 야구를 하는 버스 운전사, 이른 아침부터 폐지를 모으고 손수레를 끄는 소년까지. 뒤몰래 지켜보던 이들과의 실제 만남에서 장부는 심장을 벌렁거리고 감동을 받으며 나이에 걸맞지 않은 순수함을 드러낸다.
선글라스를 낀 채 CCTV로 바라보는 그들의 일상은 장부의 시점에서 다소 특별한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일상에서 마주하며 미처 보지 못했던,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그들과 함께 맞이한다. 여기서 여장부와 봉수미의 로맨스, 그 외 인물들과의 호흡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상 편집과 어울리며 재치 있게 그려진다.
차태현은 대부분의 러닝타임 동안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다. 안경이 얼굴을 가려 표정 연기가 쉽지 않았을테지만 그 너머로 마치 눈을 맞춘 듯 관객에 감정을 전달한다. 다만 시종일관 관객을 웃기고 울릴 요소는 갖추고 있지만 그 폭이 그리 깊지는 않다는 점은 아쉽다.
해피 코미디를 외피로 두른 이 영화는 로맨스이면서 세상의 수많은 여장부를 위한 어른 동화기도 하다. 스크린 속 장부의 시선을 따라 유쾌하고 훈훈하게 그려지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장면들을 관객은 그저 즐겁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10월2일 개봉. 106분 (사진제공: 20세기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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