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외교가 親中으로 쏠린다는 시각 분명히 있다

입력 2014-09-25 21:12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일어난 작은 해프닝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언론에 사전 배포된 대통령의 발언자료와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 달랐던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내 5개 외교연구기관을 대표하는 중요 인사들을 초대한 자리에서였다. 기자들에게 사전 배포한 자료에는 “한국 외교가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견해는 오해”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다. 민감하고 중요한 발언이었다. 어제 일부 국내 언론들도 대통령의 이 언급을 중요기사로 다뤘다. 그런데 실제 발언에서 대통령은 이 부분을 아예 생략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코리아소사이어티, 아시아소사이어티, 미국외교협회, 미국외교정책협의회, 미국외교정책협회 등 5개 단체의 회장단이었다.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토머스 허바드 이사장과 마크 민튼 회장은 각기 주한 미국 대사, 부대사를 지내기도 한 핵심인사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외교가에서는 한국의 대중국 외교노선에 여러 오해가 쌓여가던 중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이 있을 만한 자리였던 것이다. 대통령이 왜 해당 발언을 생략했는지는 아직 설명이 없다. 아무리 전문가 그룹이지만 중국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외교참모들과 대통령의 미묘한 인식차 때문에 생긴 실수일 수도 있다.

문제는 한국의 외교노선이 중국에 경도되고 있다는 의심이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근래 정상외교는 그렇게 비칠 만도 했다. 외교의 기본축인 한·미동맹과 그 외연인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관점에서 볼 때는 더욱 그렇다. 박근혜 정부 들어 1년 반 새 중국과는 네 차례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과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근래 미국의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잇따르고 있다. 김관진 안보실장의 최근 미국 방문이 미국 측의 홀대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오던 중이었다. 우리 외교의 기본 철학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이를 확실히 알고 싶어한다. 북핵문제에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마냥 친중 노선으로 달려간다는 우려는 국내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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