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소프트웨어보다 기계 이해하려는 노력 기울여야
고객 정보 수집하려면 데이터 보안이 1순위 과제"
[ 이상은 기자 ]
항공기 엔진이나 병원 장비 등의 센서에 인터넷을 연결, 거기서 발생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산업인터넷’이 최근 산업계의 화두다. 하지만 산업인터넷이 돈이 될까. 단순히 패셔너블한 트렌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GE가 내린 결론은 ‘예스’다. 전통적 제조업체에 가까운 GE는 산업인터넷이 산업현장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11년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샌 라몬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설립하고 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 이곳에선 세계 1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빅데이터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마르코 아눈치아타 G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GE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산업인터넷을 통해 ‘정보’는 ‘통찰력’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경제 전문가인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그림자위원회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유니크레디트, 도이체방크,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GE리포트코리아(www.gereports.kr)에 게재된 아눈치아타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산업인터넷이 중요한 이유는.
“이전에는 사장됐던 정보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산업인터넷의 힘이다. 산업인터넷이 만들어낼 혁신의 물결은 아름답다. 기존 산업의 경쟁적인 지형을 완전히 거꾸로 엎어버린다. 전에는 경쟁할 일이 없었던 새로운 기업, 새로운 선수들과 경쟁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기술은 이미 우리 삶의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식당을 선택할 때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찾아보고 리뷰를 검색한다. 같은 식으로 기계 장비의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공항에서는 항공편이 지연되지 않고, 비행기 연료 소비량도 줄일 수 있다. 헬스케어 분야 효율성이 높아지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시스템은 ‘최대한의 효율성’을 끌어낸 게 아니란 얘기인가.
“그렇다. 의료기관, 철도회사, 발전 네트워크 등의 고객들과 대화해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정말 놀라울 정도다. 산업인터넷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량과 분석기술 등을 알려주면 대부분 ‘세상에! 우리는 지금껏 아무것도 모르고 일했던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다.”
▷산업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위한 과제는.
“신뢰를 쌓는 것이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려면 고객사가 가진 정보에 접근해야 한다. 이를 고객이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데이터 보안이 첫 번째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필수적이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플랫폼을 만들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두 번째 과제다. 또 미래를 더 멀리 내다보려면 인적 자원도 중요하다.”
▷이 분야에서 GE의 역할은.
“우리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고객사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프트웨어를 돌려 데이터를 분석하며 여기서 어떤 유의미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소프트웨어 센터에 대한 투자는 이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어떻게 뽑아낼 것인가’다. 그저 첨단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니다.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기계 자체를 잘 이해해야 한다. GE가 필요한 지점은 바로 여기다. 산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업체로서 GE는 유리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이 더디다.
“성장은 혁신에서 시작된다.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성장이 시작된다. 비즈니스 리더 중 이 사실을 이해하고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집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혁신이 일어나야 시장이 활성화된다. 경제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사회 분야에서 이런 과정을 계속하고, 시대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뛰어난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는 것뿐이다.”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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