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품 '직판의 힘'…수수료 거품 빼니 실적 '고공행진'

입력 2014-09-26 07:10  

Cover Story - 참좋은여행

상품 가격 과감히 내려
200만원짜리 1인당 18만원 절감
판매액 여행사 4위 급성장

"다시 가도 참 좋은 여행"
이용고객 10명 중 8명 '만족'
해외 패키지 가격 만족도 1위



[ 김명상 기자 ]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됐다. 그후 25년, 국민들 중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연간 1500만명대로 늘었다. 해외여행이 국내여행만큼 일반화되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보다 나은 여행 서비스에 대한 갈증도 커졌다. 여행사가 많아지고, 여행사마다 서비스가 천차만별인 만큼 ‘어디로 갈까’와 더불어 ‘어떤 여행사를 선택할까’도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삼천리자전거 계열사로, 2008년 코스닥에 상장한 참좋은여행은 최근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패키지 전문 여행사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에 따르면 참좋은여행은 지난해 판매액 기준 국내 여행사 중 4위를 차지했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해외 패키지 여행 상품 실태와 여행사 비교’ 조사에선 가격만족도 1위를 기록했다.

‘직판’으로 가격 인하 효과…대리점 수수료 없어

1998년 창립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참좋은여행은 지난해부터 TV 광고를 통해 ‘불필요한 대리점 수수료를 없앤 합리적인 여행’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여행사는 판매방식에 따라 크게 간접판매(간판) 여행사와 직접판매(직판) 여행사로 나뉜다. 대리점을 통해 여행객을 모으고 이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간판, 본사가 직접 예약을 받는 것이 직판이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일반적으로 간판 여행사는 대리점이 모아준 고객을 받는 대신 상품가격의 9% 정도를 대리점에 수수료로 지급한다. 간판 여행사가 200만원짜리 여행상품을 판매하면 1인당 18만원의 수수료를 대리점에 주게 된다. 4인 가족이 여행할 경우 수수료 총액은 72만원에 달한다.

참좋은여행은 중간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여행객을 모집한다. 별도의 대리점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직판 여행사의 영업구조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과 비슷하다. 영업사원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었던 자동차보험을 이용자가 직접 인터넷을 통해 가입하는 다이렉트 방식이 등장하면서 수수료가 사라지고 보험료가 대폭 낮아진 것처럼 직판 덕분에 여행상품 가격도 낮아진 것이다.

직판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참좋은여행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마케팅 예산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약 47억원. TV 광고에만 26억원을 배정했다. 직판과 간판 개념은 일반 소비자에게 생소했다. 광고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여행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처음 TV 광고가 전파를 탄 지난해 5월 참좋은여행의 예약자는 2만2000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 성장했다.

TV 광고를 하기 전인 4월까지의 예약자 증가율(16%)에 비하면 비약적 증가세다. 최근 일부 직판 여행사들이 영업력 확대를 위해 대리점을 모집하고 있지만 참좋은여행은 전국에 4개 직영 지점만 두고 ‘순수 직판’ 정책을 유지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좋은 여행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싸면서 좋은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좋은 상품을 비싸게 만들기는 쉽습니다. 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싸게 내놓는 것도 쉽죠.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끝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윤대승 참좋은여행 대표의 신념은 참좋은여행의 DNA에 그대로 녹아 ‘여행상품의 고급화’로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아니라 ‘제대로 된 상품’과 ‘여행이 주는 가치’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참좋은여행의 인터넷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는 가격 표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여행사들이 흔히 쓰는 ‘초특가, 땡처리’ 등의 문구도 보이지 않는다. 숫자가 어지러이 나열된 다른 여행사들의 홈페이지에 비하면 생소하기까지 하다. 대신 참좋은여행은 공들여 만든 여행상품을 감성적으로 알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 참좋은여행의 여행 기획전을 보면 시화(詩畵)가 떠오를 만큼 서정적이다. ‘항아야 항아야 봄이 오는구나’ ‘엄마의 어깨에 기대면 엄마 마음이 된다’와 같은 글과 사진으로 채웠다. 참좋은여행은 이런 기획전을 최근 3년 새 1500여개나 펼쳤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3명의 기획자와 4명의 디자이너를 두고 있는데 이는 여행업계에선 보기 드문 인력 구성이다.

10명 중 8명은 ‘다시 가도 참좋은여행’

참좋은여행은 지난 1월 기존의 고객만족팀을 고객만족실로 승격시키고, 담당 인원도 4명에서 16명으로 늘렸다. 외부에 맡겼던 전화 응대 등 서비스 교육도 아시아나항공 서비스팀 출신 전문가를 영입해 자체적으로 실시 중이다. 또한 여행의 출발점인 공항에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항서비스팀이 상주하며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불만사항 점검도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상필 마케팅본부장은 “여행상품은 다른 공산품과 달리 환불이 불가능하다”며 “이미 망가져 버린 추억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여행 중에도 고객 불편이 없는지 수시로 체크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재구매 고객 증가와 높은 만족도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리서치(Global Research)의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참좋은여행을 이용한 고객이 평가한 만족도는 83.3%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6개월 이내 참좋은여행 이용자들에게 ‘앞으로 이용하고 싶은 여행사’를 물은 결과 참좋은여행을 또다시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6.7%에 달해 높은 충성도를 보여줬다.

덕분에 참좋은여행의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분기 참좋은여행의 여행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난 77억원에 달했다. 주력 분야는 전체의 44%를 차지하는 유럽 지역이다. TV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의 인기가 유럽 여행 붐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다, TV 광고에 따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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