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CEO 열전④] '억대연봉' 내팽개친 이진우 하이로닉 대표 "책보단 땀을 믿는다"

입력 2014-09-26 09:46  


기업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은 CEO의 역량과 혁신의 자세,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신규 상장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부터 상장 이후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은 알짜 기업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주식시장에 갓 데뷔한 신규 상장기업부터 상장승인 심사를 마친 기업들의 CEO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리즈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구. 중저음의 목소리에 깔끔한 외모까지. 의료기기 영업사원 출신으로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이미 억대 연봉을 받고, 이에 만족하지 못해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한 이진우 하이로닉 대표(사진·39)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매일 아침 출근 후 직원들과 모여 '하이로닉의 신조'를 한 목소리로 외친 후 일과를 시작한다는 이 대표는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이뤄갈 것에 대한 기대가 더 커보이는 꿈 많은 '30대 CEO'였다.

20~30대 젊은 여성이면 한번쯤은 그가 만든 피부미용기기를 사용해봤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그는 국내보다 의료미용기기 기술에서 최소 10년쯤은 앞서 있는 일본에 제품을 역수출하고 있는 코넥스 상장사 대표다.

오는 11월(예정)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그를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 하이로닉 본사에서 만났다. "책으로 배운 것보다 땀으로 체득한 것을 더 믿는다"는 상장사 대표의 이야기다.

◆ 돈 필요해 영업 뛰어들어…"시작하면 끝을 본다"

이 대표의 삶은 '맨 땅의 헤딩' 그 자체다. '학연, 지연, 혈연' 그 어느 것 하나 갖고 있는 것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니 선택지는 좁았다.

그는 "우선 돈을 벌어야 겠는데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며 "대학 조교생활, 홈쇼핑 게스트, 콘텐츠수입회사 등 닥치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고 말했다.

그중 이 대표와 가장 잘 맞는 다고 느낀 것은 '사람'을 만나는 영업 일이었다. 특히 무인경비 보안서비스 업체인 한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 본인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됐다고 얘기했다.

이 대표는 "국내 유명 무인경비 회사에서 건당 50만 원 가량의 돈을 받고 보안장치 설치하는 영업일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이 일이 내게 잘 맞는 일 처럼 느껴졌다"며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전국에서 상위 1% 안에 드는 딜러가 돼 있더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었다. 회사를 나온 이후에도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기도 하고 기능성 액세서리를 도매해와 소비자에게 팔기도 했다. 끊임 없이 자신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다 이 대표는 어느날 우연히 한 의료기기 수입회사에서 영업사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당시로 치면 적지 않은 돈을 준다는 얘기에 이 분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 대표는 "당시 월 200만 원이면 큰 돈이었다"며 "아는 것은 없었지만 사회에 나와서 안해본 일이 없는 터라 무작정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 의료기기 영업의 시작…"우리 제품 사지 마세요"

의료기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진단기기가 무엇이고 치료기기 어떤 것인지 기초지식이 없었다. 해외에서 고가의 의료기기를 수입해와 병원을 상대로 판매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학생이었다.

회사에선 과거 이 대표의 '화려한' 영업 경력을 믿고 그를 뽑은 터였다. 의료기기 시장의 특성 상 국내보다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 업체들이 앞서 있기에 이 분야의 지식과 영어 능력은 필수였다.

그는 "일반 소비자들이 아니라 의사들을 상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에 맞춤 전략으로 영업을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며 "무작정 값비싼 기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필요 없을 것 같으면 '이 제품은 사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그를 만나는 의사들은 이 대표의 솔직함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단순히 '의료기기 판매상'이 아닌 병원을 운영하는 데 조언을 주고받기도 했다.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고 그는 '의료기기 영업왕'으로 통했다. 입사한지 3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서른 세살 때의 일이었다.

이 대표는 "이 당시의 경험이 현재 하이로닉을 경영하는 데 큰 밑천이 되고 있다"며 "단순히 기능만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과 이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실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 "의료미용 관광의 최대 수혜주(株) 꿈꾼다"


하이로닉을 코넥스시장의 '대장주'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이 회사의 주력제품인 '더블로'와 '미쿨'이다. 더블로는 집속 초음파 원리를 활용해 처진 피부를 지탱해주는 기기이고, 미쿨은 냉각에너지를 이용해 지방분해를 도와주는 제품이다.

회사 설립 7년 만에 하이로닉은 이미 이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순수 자체 기술만으로 지난해 매출액 130억 원 가량을 달성했다.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현재 대만 홍콩 등에 한정돼 있는 해외수출 확대다. 최근 일본에 첫 제품을 수출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그는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해외 관광객들이 국내에 들어와 성형수술을 받고 이미용(에스테틱) 서비스를 찾는 시대가 됐다"며 "이러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하이로닉 제품에 대한 문의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이 약 2배씩 급증했던 하이로닉은 올해 해외에서만 100억 원 수주 목표를 돌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파키스탄을 비롯한 중동 지역과 동남아 등에서도 제품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대만과 홍콩에 이어 파키스탄 등에서도 하이로닉의 유통망이 열리면서 올해부터 현지에서 의미 있는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여기에 올해 안에 출시할 신제품이 더해지면 당초 계획한 해외수출 목표치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현재 개인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에스테틱 기기들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관련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돼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없다. 회사 내 30% 가량을 차지하는 연구개발(R&D) 인력과 함께 하루하루 밤을 새우는 것이 즐겁다는 게 이 대표의 얘기다.

그는 "소비자들이 일반 가정에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피부복원 기기와 지방분해 제품들을 연구하는 중"이라며 "새로운 카테고리가 개발되면 회사 매출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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