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공무원연금 개혁하는 것이 옳을까요?

입력 2014-09-26 18:21   수정 2014-09-26 18:22



공무원연금 개혁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숱하게 개혁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때마다 공무원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유야무야됐던 게 공무원 연금개혁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만큼 이번에는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한국연금학회가 공무원 연금부담률을 43% 늘리고 수령액은 34% 줄이는 내용의 구체적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공개함에 따라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 개혁안을 두고 지난 22일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는 공무원노조의 격렬한 반발로 20여분 만에 무산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공무원들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국민연금보다 더 받는데 세금까지 지원은 곤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고스란히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메워주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없다는 게 개혁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김용하 한국연금학회장은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민 부담이 가중됐다. 이대로 가면 연금제도 지속이 불가능하다. 국민연금과의 형평 문제도 심각하다. 공무원연금이 자립한다면 많이 받아도 상관없지만 적자가 나서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보다 후하게 받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무원은 낸 돈의 2.4배를 연금으로 받지만 국민연금은 1.7배에 불과하다.

국민 세금에서 보전해주는 적자금액은 2004년만해도 17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조원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2조9000억원대로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민이 국가 운영을 위해 낸 세금이 공무원들 연금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재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못하면 이를 채우기 위해 국민 혈세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공무원은 퇴직금이 민간보다 적고 보험료를 더 많이 낸다”는 공무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퇴직금과 연금을 합해서 비교해도 공무원이 민간인보다 20%가량 많다”고 반박한다.

월급만 놓고 봐도 이제 공무원 월급이 민간보다 적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최모씨(26)는 “공무원 보수가 민간기업보다 낮다고 하지만 대다수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공무원 월급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 반대 "공무원 특유의 제약적 상황에 대한 보상"

공무원 입장은 다르다. 우선 자주 비교되는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 형태의 연금제도지만 공무원연금에는 퇴직금, 노동 3권, 산재보험 등의 제약에 대한 인사 정책적 보상이 들어 있다는 입장이다. 또 국민연금보다 보험료를 많이 내며 연금수령 기간도 20년 이상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덜 내고 많이 받아가는 게 아니라 오래 더 내고 그만큼 받아간다는 것이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 보수는 100인 이상 민간기업 대비 78%(일반직), 퇴직금은 많아야 39%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연금의 재정 악화에 대해선 정부가 IMF 위기 당시 공무원 구조조정과 이후 공적자금으로 기금을 써 재정위기가 초래됐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국가가 공적연금을 강화해야 하며 현행 연금보다 후퇴하는 개혁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입장이라고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높여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해,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연금은 국가와 공무원의 근로관계에서 생기는 후불임금뿐만 아니라 퇴직금 일부와 산재보험 성격도 함께 지녔다”며 “각종 금지의무 등이 부과된 직업공무원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니 특수성이 보장되는 쪽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생각하기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단순히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노후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고령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퇴직 후 수입 없이 살아야 하는 기간이 평균 20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각종 연금의 보장 범위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은 모두 국민세금으로 매년 적자보전을 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이 금액은 날로 커져만 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2060년이면 기금이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차제에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을 모두 함께 총체적으로 재검토해 직업상 차이 때문에 특정 직업인들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그리고 이 작업에는 기초연금도 함께 포함시켜 전반적 개혁을 해야할 것이다.

물론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공무원연금 하나 개혁도 어려운데 모든 연금을 손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모든 연금을 한 평면 위에 두고 개혁 작업을 하면 의외로 특정 직역의 저항이나 반발을 무마하기 더 쉬울 수도 있다. 독립적인 기구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라도 구성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이고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그런 안을 도출해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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