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가 간과한 것…"불평등이 오히려 성장 촉발시켰다"

입력 2014-09-26 19:03  

같은 주제 다른 시각 - 성장이냐 분배냐

위대한 탈출
앵거스 디턴 지음/이현정·최윤희 옮김/한국경제신문/ 376쪽/1만6000원




평등과 불평등 문제는 익숙한 논쟁거리다. 많은 담론가가 특히 불평등에 주목한다. 그 기원은? 보완책은? 무수한 주장이 반복된다는 것은 문제 제기는 쉽지만 해법이 어렵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선동가들이 넘치는 배경이기도 하다. 피케티 신드롬이란 현상도 실은 그런 것일 수 있다. 《21세기 자본》이 출간되자마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일곱 가지 방식의 통계 조작과 비약이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는 피케티의 이론을 한마디로 엉터리라고 규정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세상은 계속 불평등해진다는 피케티의 주장과 달리 세상은 놀랄 정도로 평평해진다는 실증적 연구도 많다.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의《위대한 탈출》도 그런 책이다. 불평등이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켰고, 그 결과 세상은 얼마나 평등해지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턴의 위대한 탈출은 빈곤과 궁핍, 비위생 상태의 열악한 삶에서 탈출을 의미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 탈출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이뤄졌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富)와 건강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그 결과 수명도 비약적으로 연장됐다.

디턴은 부와 건강 문제를 깊이 파고들며 경제성장과 부의 증진에 따라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윤택해진 사실을 입증했다. 이스털린의 역설(‘행복 경제학’의 창시자인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의 1974년 논문 ‘소득이 높아져도 꼭 행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을 염두에 둔 논증이다. 국가별 소득 수준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일정 수준까지만 비례적 상관관계가 나타날 뿐 어느 국면에 달하면 상관이 없는 것처럼 인식됐다. 하지만 이는 비례치가 없는 단순 분석일 때였다. 로그 분석으로 보면 소득 증가에 따라 삶의 만족도는 거의 정확한 비례관계가 성립한다. 소득 증가의 체감도를 ‘비율(%)’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접근법이다. 그렇게 보면 이스털린의 가설은 맞지 않고, 소득과 만족도는 계속 비례한다.

경제성장의 결과로 지구촌 전체는 이전보다 훨씬 평평해진다는 사실을 디턴은 수명, 건강, 부의 분석으로 입증했다. 수명과 건강은 경제성장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과 인도에서 성장에 따른 영아 사망률이 하락한 통계다. 신흥국과 저개발국의 약진에 따라 세계의 빈곤 인구 감소도 확인됐다. 기대수명의 증가세는 극적이다. 1950년대 북유럽과 아프리카의 기대수명 격차는 31.9년이었고 2010년에는 26.5년으로 줄었다.

물론 성장이 불평등도 수반한다. 다만 성장과 발전의 부산물로 초래된 불평등이다. 지금 살아남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영아들이 미국에서 60년 전 사회 수준으로도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은 아프리카 최빈국에서조차 산업혁명 직후 세계 제일의 부국이던 영국보다도 영아 사망률은 더 낮아졌다. 그 결과 지구 전체로는 10년마다 인간 수명이 2~3년씩 늘어나는 사실에도 저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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