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조직은 혁신의 敵…스스로 2등이라 생각해야 1등 기업도 혁신 가능"

입력 2014-09-29 21:42  

'회계·컨설팅 법인 EY' 폴 클라크 亞太 컨설팅부문 대표

새로운 아이디어 키우려면 외부 인큐베이터 센터 필요
킨들 만든 아마존처럼 소비자 변화 읽어야 성공



[ 안대규 기자 ] “1등 기업은 항상 스스로를 2등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한 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인 EY(언스트앤영)의 폴 클라크 아시아태평양 컨설팅부문 대표(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등 기업의 문화 자체가 가장 깨기 어려운 혁신 대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존 성공의 틀에 매여 혁신을 못해 몰락하는 ‘1등 기업의 역설’에 대한 경고다. 그는 “1등 기업의 방대한 조직은 기업 혁신의 가장 큰 적”이라며 “조직이 커지면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경영 혁신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살리면서 조직의 민첩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 외부에 ‘인큐베이터 센터’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숙한 신생아를 키우는 인큐베이터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조직을 따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런 벤처기업 정신을 살려 대기업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오프라인 판매채널을 혁신한 다이렉트(온라인) 자동차보험의 탄생과 저가항공사의 출현도 인큐베이터 센터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클라크 대표는 “한국의 1등 기업들도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늘리는데 집착하지 말고, 소비자의 기호를 읽고 변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기존 성장 기반이던 온라인 서점의 틀에서 벗어나 전자책 단말기(킨들) 사업으로 새 수익원을 마련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도이치뱅크의 투자금융(IB) 담당 임원과 호주 최대 자동차보험사인 IAG 사업개발부문 사장을 지낸 경력에 걸맞게 금융산업 전망도 내놨다. “아시아 금융시장은 인구학적 변화와 가계소득 증가에 더해 퇴직 후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퇴직연금과 자산관리(웰스매니지먼트) 시장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한국도 고령화와 중산층 퇴직으로 자산관리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금융 당국은 이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투자영역을 확대하고, 철저한 경쟁을 유도하며,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금융산업을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에 성장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너무 많은 금융회사가 한꺼번에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소수의 큰 기업 위주로 시장을 성숙시킨 다음 신규 진입 회사를 늘려가는 게 금융산업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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