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의 확대경] 흔들리는 준(準)의 정체성…"자동차 분류 법적기준 손질을"

입력 2014-09-30 07:00   수정 2014-09-30 16:42

[ 권용주 기자 ]
국어사전에서 ‘준(準)’은 ‘그에 비길 만한’의 의미라고 표현돼 있다. 주로 자격이나 정도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앞에 붙는다. 한마디로 명사 앞에 ‘준’이 붙으면 뒤따르는 단어 수준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그래서 결승 같은 ‘준결승’, 준결승 같은 ‘준준결승’이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된다.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준중형, 준대형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앞에 ‘준’이 있다 보니 중형차 수준에 버금가는 차, 대형차에 맞먹는 차로 해석된다. 제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자동차 관련법에 없는 용어지만 이미 생활에선 깊숙하게 자리잡았다. 시장에선 이미 ‘준중형’과 ‘준대형’이 새로운 차급을 의미하는 용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자동차 앞에 ‘준’이 붙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등장했던 현대차 엘란트라로 기억된다. 당시 중형에 버금가는 차를 앞세웠던 현대차가 엘란트라 앞에 ‘준’을 넣어 준중형 엘란트라로 소개했다. 아반떼와 쏘나타 사이에 위치한 만큼 소형보다 중형 이미지를 담기 위해 ‘준’이라는 글자를 찾아낸 셈이다. 이후 엘란트라가 사라졌지만 ‘준중형’ 수식어 효과를 체감한 현대차는 슬며시 수식어를 아반떼로 옮겨 놓았다.


조금이라도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을 감안할 때 ‘준중형’은 버리기 아까운 마케팅 용어였던 셈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경쟁사도 앞다퉈 ‘준중형’을 외쳤고, 법률상 소형차였던 아반떼는 어느새 중형 같은 차로 인식됐다. 심지어 법적 기준인 경형, 소형, 중형, 대형 사이에서 마케팅 용어인 ‘준중형’과 ‘준대형’은 마치 법률 용어인 듯 녹아들었고, 일부 소비자는 ‘준중형’과 ‘준대형’을 법률 용어로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준’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비슷한 수준을 뜻하지만 법적으로 준중형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자동차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반떼는 현재 자동차관리법으로는 중형이다.

배기량은 1600㏄ 미만이지만 너비가 1.7m를 넘기 때문이다. 반면 제네시스 쿠페는 3.8L일 경우 대형이지만 2.0L 엔진이 탑재됐다면 중형으로 분류된다. 한마디로 자동차 분류 기준 자체가 근간부터 흔들리는 중이다.

최근 정부가 영업용 자동차의 보유세, 즉 자동차세를 올리기로 했다. 지금은 영업용이지만 증세 바람에 자가용 승용차까지 불똥이 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오로지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다. 3000만원에 판매되는 배기량 2500㏄ 차량과 5000만원에 판매되는 2000㏄ 차량 중 자동차세는 5000만원짜리 자동차가 적게 내기 때문이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요즘 자동차의 법적 분류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워낙 오랜 기간 유지해온 기준이어서 논의조차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더불어 자동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무척 뜨거워 자칫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화살만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이야말로 위정자들의 몫이다.

지금처럼 간다면 소형차는 ‘준준중형’, 중형차는 ‘준준대형’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오래 전 한국에 ‘준중형’ 자동차가 있다고 말했더니 영어로 어떻게 표기하느냐고 묻던 외국 기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세미 미드사이즈(semi mid size)’ 아니겠느냐고 답해줬다. 그리고 한참을 웃었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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