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시대]②韓증시, '후강퉁 리스크' 주의보…외국인 떠날까

입력 2014-09-30 14:40   수정 2014-09-30 17:09

[ 박희진 기자 ]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戶港通) 제도가 오는 10월 중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거대 중국 대륙 증시의 빗장이 풀리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후강퉁 실시로 인한 '득실 따지기'가 분주한 국내 시장 분위기와 새로운 투자기회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한경닷컴>이 소개한다.

다음달 중국 후강퉁(戶港通) 제도 시행이 임박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 본토 증시의 빗장이 열리면 중국과 홍콩 한국 증시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후강퉁은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제도다. 해외 개인투자자들은 홍콩 증권사를 통해 상하이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고,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상하이 증권사를 통해 홍콩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기존 적격해외기관투자가(QFII)나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가(RQFII) 제도와 달리 별도의 허가가 필요없어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본토 증시 투자가 쉬워지게 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후강통 제도를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진전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그 영향에 대해서는 각국 증시별로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국,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好好'

후강퉁 제도는 중국 본토 증시에 글로벌 유동성을 유입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상하이 증시에서 중국 개인투자자 비중은 80%가 넘는 반면 외국인은 2%가 채 안된다.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증시 진입 장벽이 높았던 탓이다.

이번 후강퉁 제도 시행으로 상하이 증시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접근성이 향상,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통로를 통해 중국 본토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며 "상하이 증시에서 대형주 상당수가 저평가 상태에 있기 때문에 매수세 유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후강통 제도의 투자한도에 따라 중국 본토 증시로는 최대 3000억위안이 유입될 수 있다. 이같은 투자한도도 점차 완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 관측이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향후 투자한도, 투자대상 등이 단계적으로 완화돼 중국 본토 증시의 외국인 투자금 유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후강퉁 제도로 중국 상하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EM) 지수 편입 기대감도 커졌다.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상하이 증시의 경우 현재 MSCI에 편입돼 있지 않다.

지난 6월 MSCI 측은 QFII와 RQFII의 자격요건 및 투자한도 규제가 해외투자자의 시장접근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 상하이 증시의 EM지수 편입을 연기한 바 있다.

◆홍콩, '악재'는 아니다매매 활성화 기대

후강통 제도는 홍콩 증시에도 긍적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일 거래한도 차이를 고려하면 홍콩 증시 자금이 상하이 증시로 순유출되겠지만 악재는 아니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일일 거래한도액은 매수 주문액과 매도 체결액의 차액을 기준으로 상하이 130억위안, 홍콩 105억위안이다.

홍콩 증시는 거래회전율이 높은 상하이 증시 자금을 유치함으로써 활기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 증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는 중소형 종목을 중심으로 단기매매에 치중하고 있다. 보유 종목 시가 총액이 증시전체의 53%에 불과하지만 거래대금 비중이 80% 이상이다. 이들 개인 투자자금이 홍콩증시에 유입될 경우 홍콩 증시의 주식매매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홍콩 증시과 상하이 증시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도 증시 활성화에 긍정적이다.

이용 KTB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 이사는 "지난 주말 상하이 거래소가 앞서 금지 사항이었던 신용거래와 공매도(숏셀링)를 허용키로 해 차익거래 기회가 늘어났다"며 "차익거래를 노리는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홍콩 증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단기적 수급 '악재'

반면 국내 증시에서 후강통 제도 실행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수급 측면에서 상대적인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하이 증시가 MSCI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한국 증시의 지수 내 비중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상하이 증시가 MSCI지수에 편입될 경우, 한국 증시의 EM지수 내 비중은 현재 15.9%에서 약 0.2%포인트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상하이 증시가 EM지수에 편입될 경우 MSCI내 전세계지수(ACWI)나 신흥아시아(MACI Asia Ex Japan)지수에도 자동 편입된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 증시의 비중 축소 폭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연구원은 "내년 상하이 증시가 MSCI 지수에 편입되면 단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매수여력과 관심도가 낮아지면서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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