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7% 가입한 노조, 노동운동 주도…전체 근로자 대변하지 못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고용 유연성으로 가야 전체 일자리도 더 늘어나
토론 내용
[ 백승현 / 강경민 기자 ]
“기업이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는 데 있어 걸림돌은 세 가지입니다. 임금체계와 고용 경직성, 그리고 (노동조합에 힘이 실려 있는) 노사관계입니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방향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 “현 노동법은 ‘족쇄 노동법’ ‘망국의 노동법’으로 기업이 고용을 늘리고 싶어도 노조가 힘이 센 지금의 상황에서는 고용을 늘리기가 어렵다”는 유지수 국민대 총장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특히 노동운동 방향에 대해 “근로자의 7%만 가입한 노조가 주도하는 현재 노동운동이 대기업 하도급은 물론 비정규직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간접 채널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보이는 만큼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질의응답.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장년 고용은 늘고 있지만 청년 고용률은 작년에 사상 처음 40% 아래로 떨어져 아예 노동시장에 진입을 못하고 있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 해법이 있나.
▷이기권 장관=청년과 장년 세대 간 일자리 갈등 해법은 선진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고민이다. 공기업과 대기업은 일자리가 충돌하는 관계지만 나머지는 보완 관계가 가능하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업 부담을 줄여주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청년 고용 여력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차 교수=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학습 병행제의 성공 여부는 지속 가능성에 있는데 일각에서 우려도 나온다.
▷이 장관=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재직 때 학생들을 6개월 정도 장기 현장실습을 보냈더니 중견기업 취업률이 10% 이상 높게 나왔다. 이달 중 우수 중소·중견기업 9600여개를 선정해 200개 대학 학생에게 소개해줄 예정이다. 정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일학습 병행제는 이명박 정부의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김영기 (주)LG 부사장=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먼저 나오면서 대타협의 여지가 줄어든 게 아닌가 한다. 연장근로의 할증금을 낮춰 근로시간 단축을 유도하는 건 어떤가.
▷이 장관=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연장근로 수당 증가), 정년 60세 연장에 전환형 일자리까지 더해져 기업의 비용이 최대 50%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에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이야기하는데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노동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희택 서울대 교수=한국 인수합병(M&A)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노사관계다. 단기적인 일자리 정책에 치중하느라 장기적인 문제를 덮어두는 것은 아닌가.
▷이 장관=역시 토론이 필요하다. 기업의 부담이 느는 만큼 노동계도 바뀌어야 한다. 생산성을 올리겠다는 자세는 물론이고 임금체계 개편, 고용 경직성 완화,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 변화라는 세 가지 두려움을 극복해야 미래세대에 희망이 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선취업 후진학 성공 스토리를 보니 고졸로서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중소기업에 가면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건 곤란하다.
▷이 장관=선취업 후진학 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 때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었다. 대기업 취업이 성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정책 철학은 중소·중견기업 취업이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요즘 청년들은 안정된 직장, 즉 대기업 공무원 등 연공서열 조직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공공부문부터 혁신이 필요하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은 일단 부모들이 원해서고, 우리 사회에는 결혼 문제가 있다. 이를 해소하겠다면서 정부는 일학습 병행제를 통해 학위도 딸 수 있다고 할 게 아니라 고등학교를 나와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이 장관=나도 청년들에게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되는 게 10년 후에는 답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20년 뒤에는 절대 정년 보장이 되지 않는다.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일학습 병행제 정책에서는 학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다만 현재 국민 정서상 대학에 가는 것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포함된 내용이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지 9년 정도 됐는데, 초기에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 중에는 고용을 이어갈지 고민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임금피크제 성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 장관=60세 정년법이 의무화됐지만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 속도가 생각보다 늦다.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큰 틀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방법론에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3년 정도 가능한 사례를 많이 만들 생각이다. 공공부문이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다.
▷윤기설 한경좋은일터연구소장=1998년 이후 한국 노동법이 ‘좌회전’하면서 선진국에 비해 고용 유연성이 부족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고용 유연성으로 가야 일자리도 늘지 않겠는가.
▷이 장관=노동시장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약속’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개별 기업 내에 임금이나 직급을 낮추는 등의 (약속) 변화가 필요할 때 대화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혼 다음으로 중요한 약속이 고용계약인데, 회사와 근로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백승현/강경민 기자 argos@hankyung.com
7% 가입한 노조, 노동운동 주도…전체 근로자 대변하지 못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고용 유연성으로 가야 전체 일자리도 더 늘어나
토론 내용
[ 백승현 / 강경민 기자 ]
“기업이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는 데 있어 걸림돌은 세 가지입니다. 임금체계와 고용 경직성, 그리고 (노동조합에 힘이 실려 있는) 노사관계입니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방향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 “현 노동법은 ‘족쇄 노동법’ ‘망국의 노동법’으로 기업이 고용을 늘리고 싶어도 노조가 힘이 센 지금의 상황에서는 고용을 늘리기가 어렵다”는 유지수 국민대 총장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특히 노동운동 방향에 대해 “근로자의 7%만 가입한 노조가 주도하는 현재 노동운동이 대기업 하도급은 물론 비정규직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간접 채널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보이는 만큼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질의응답.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장년 고용은 늘고 있지만 청년 고용률은 작년에 사상 처음 40% 아래로 떨어져 아예 노동시장에 진입을 못하고 있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 해법이 있나.
▷이기권 장관=청년과 장년 세대 간 일자리 갈등 해법은 선진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고민이다. 공기업과 대기업은 일자리가 충돌하는 관계지만 나머지는 보완 관계가 가능하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업 부담을 줄여주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청년 고용 여력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차 교수=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학습 병행제의 성공 여부는 지속 가능성에 있는데 일각에서 우려도 나온다.
▷이 장관=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재직 때 학생들을 6개월 정도 장기 현장실습을 보냈더니 중견기업 취업률이 10% 이상 높게 나왔다. 이달 중 우수 중소·중견기업 9600여개를 선정해 200개 대학 학생에게 소개해줄 예정이다. 정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일학습 병행제는 이명박 정부의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김영기 (주)LG 부사장=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먼저 나오면서 대타협의 여지가 줄어든 게 아닌가 한다. 연장근로의 할증금을 낮춰 근로시간 단축을 유도하는 건 어떤가.
▷이 장관=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연장근로 수당 증가), 정년 60세 연장에 전환형 일자리까지 더해져 기업의 비용이 최대 50%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에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이야기하는데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노동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희택 서울대 교수=한국 인수합병(M&A)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노사관계다. 단기적인 일자리 정책에 치중하느라 장기적인 문제를 덮어두는 것은 아닌가.
▷이 장관=역시 토론이 필요하다. 기업의 부담이 느는 만큼 노동계도 바뀌어야 한다. 생산성을 올리겠다는 자세는 물론이고 임금체계 개편, 고용 경직성 완화,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 변화라는 세 가지 두려움을 극복해야 미래세대에 희망이 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선취업 후진학 성공 스토리를 보니 고졸로서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중소기업에 가면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건 곤란하다.
▷이 장관=선취업 후진학 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 때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었다. 대기업 취업이 성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정책 철학은 중소·중견기업 취업이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요즘 청년들은 안정된 직장, 즉 대기업 공무원 등 연공서열 조직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공공부문부터 혁신이 필요하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은 일단 부모들이 원해서고, 우리 사회에는 결혼 문제가 있다. 이를 해소하겠다면서 정부는 일학습 병행제를 통해 학위도 딸 수 있다고 할 게 아니라 고등학교를 나와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이 장관=나도 청년들에게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되는 게 10년 후에는 답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20년 뒤에는 절대 정년 보장이 되지 않는다.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일학습 병행제 정책에서는 학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다만 현재 국민 정서상 대학에 가는 것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포함된 내용이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지 9년 정도 됐는데, 초기에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 중에는 고용을 이어갈지 고민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임금피크제 성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 장관=60세 정년법이 의무화됐지만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 속도가 생각보다 늦다.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큰 틀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방법론에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3년 정도 가능한 사례를 많이 만들 생각이다. 공공부문이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다.
▷윤기설 한경좋은일터연구소장=1998년 이후 한국 노동법이 ‘좌회전’하면서 선진국에 비해 고용 유연성이 부족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고용 유연성으로 가야 일자리도 늘지 않겠는가.
▷이 장관=노동시장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약속’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개별 기업 내에 임금이나 직급을 낮추는 등의 (약속) 변화가 필요할 때 대화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혼 다음으로 중요한 약속이 고용계약인데, 회사와 근로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백승현/강경민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