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비시장 여전히 냉기…아베노믹스 '증세 역풍'

입력 2014-09-30 21:48   수정 2014-10-01 04:00

소비세 인상 6개월 지났지만…

주말에도 백화점 매장 썰렁…소비지출 5개월 연속 감소
"中 관광객이 그나마 불씨 살려"

소비세 추가인상 12월에 결정



[ 도쿄=서정환 기자 ]
지난달 27일 도쿄 신주쿠 오다큐백화점 별관. 백화점 일부 매장과 가전 양판점 빅카메라(BIC CAMERA)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한창 붐빌 주말 오후 시간이었지만 1, 2층 의류 매장은 한산했고, 빅카메라에서도 신규 판매에 돌입한 ‘아이폰6’ 매장을 제외하곤 크게 붐비지 않았다. 의류 매장 직원인 스가와라 요시에 씨는 “소비세 인상 이후 일본인 고객이 20%가량 줄은 것 같다”며 “중국인 관광객마저 없었더라면…”이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난 4월1일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린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일본 소비시장은 좀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2분기 ‘소비 절벽’은 예상했지만 3분기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7~8월 부진에 이어 9월 소비지표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이 대부분이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예상보다 거친 소비세 인상 역풍에 좌초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총무성이 30일 발표한 8월 실질 소비지출(2인 이상 가구)은 가구당 28만2124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7월(-5.9%)에 비해 감소폭이 줄긴 했지만 5개월 연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대표적 내구재인 자동차와 가전이 특히 더 안 좋다. 8월 일본 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6.7% 줄어 전달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백색가전 일본 출하액도 8.6% 감소해 4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밑돌았다. 8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5% 하락해 시장 추정치(0.3% 상승)에 크게 못 미쳤다.

경기회복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 정부는 기존 ‘완만한 회복 기조 계속’이라는 경기 판단에 ‘일부 약세도 보이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일본 정부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당장 내년 10월부터 소비세를 추가 인상할지 말지를 올 연말께 결정해야 한다. 경기만 본다면 추가 인상을 생각할 수 없겠지만 재정을 건실하게 하기 위해선 미룰 수도 없다. 지난해 일본 국가부채비율은 2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중의원 본회의 각당 대표 질문에서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비세율 10%로 인상에 대해) 적절히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소비세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더라도 일단 소비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은 “내년 10월 소비세율을 10%로 끌어 올리는 것이 기본 노선”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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