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게임 시장의 차이나 파워
5억 스마트폰 사용자 저력
韓·中 모바일게임 기술 대등
수출유망 선정…中, 전폭 지원
[ 박병종 기자 ]
베이징에 있는 중국 3대 게임업체 창유. 본사 건물에 들어서자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렸다. 베란다를 이용해 만든 공중정원에 기다란 봉을 들고 모인 사람들. “뭐죠?”라고 묻자 안내하던 직원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을 받았다.
“중국 전통무술인 우슈를 연마하는 직원들이에요.” 복도 양쪽엔 요란한 색상의 공간들이 이어졌다. 회의실이라고 했다. 노래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방에다 중국 공산혁명 당시 마오쩌둥이 은신하던 동굴의 모습을 재현한 방까지. 어린이집처럼 꾸며진 회의실은 오히려 평범해 보일 정도였다. “회의 중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저녁 8시가 지난 시간인데도 사무실엔 젊은 직원들이 가득했다. 창유 직원의 평균연령은 27세. 대학 도서관이 떠올랐다.
박윤근 창유코리아 대표는 “텐센트의 성공을 본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 출신들이 대박을 꿈꾸며 밤새워 일한다”며 “이들이 중국 게임 발전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약진하는 중국 게임산업
‘394.9%.’ 올해 상반기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다. 올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의 전체 매출은 496억2000만위안(약 8조3888억원). 이 중 25.2%에 해당하는 125억2000만위안(약 2조1166억원)이 모바일 게임에서 나왔다. 5억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를 등에 업은 중국 모바일 게임이 중국 게임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 사이먼 왕 창유 개발부문 대표는 “단위당 판매단가가 제로(0)에 수렴하는 게임산업의 특성상 거대 시장은 수익을 극대화한다”며 “기존 온라인 게임의 5분의 1에 불과한 개발비와 짧은 개발기간은 너도나도 모바일 게임 개발에 뛰어들게 만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이 주류가 되면서 한국 게임의 기술 우위도 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필두로 ‘리니지’ 등을 성공시키며 세계 온라인 게임산업을 이끌었던 ‘퍼스트 무버’였다. 먼저 시작한 만큼 기술력도 압도적이었다. 중국은 한국 게임을 수입하기 바빴다. 반면 2000년대 후반 한국과 중국이 동시에 시작한 모바일 게임은 기술력의 차이가 거의 없다.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모바일 게임업체 공중망의 장타오 부사장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은 상향평준화됐다”며 “오히려 개발되는 게임의 수가 월등한 중국에서 창의적인 게임이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 잠식하는 중국 게임
‘대륙을 호령하는 한국 게임’이라는 표현은 이제 옛말이다.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를 제외하면 중국 차트 상위권 온라인 게임은 거의 다 중국산이다. 한국 게임 개발사에 대한 중국의 자본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넷마블 지분의 28%는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몫이다. 텐센트는 카카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창유 공중망 퍼펙트월드 등도 국내 게임을 노리고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왕 텐센트게임즈 부사장은 “외국산 게임의 중국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현지화’인데 이건 중국 기업이 잘할 수밖에 없다”며 “한·중 간의 협업을 통해 한국 게임사는 중국 시장 진출의 기회를 얻고, 우리는 미적 감각이 뛰어난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 윈윈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와의 협력은 독이 되기도 한다. 중국 4대 게임 업체인 샨다게임즈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배경에는 한국 게임 잔혹사가 있다.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샨다게임즈는 2001년 중국에 서비스한 한국 게임 ‘미르의전설2’가 동시접속자 수 70만명을 넘는 등 인기를 모으며 급성장했다. 문제는 샨다게임즈가 미르의전설2 제작사인 액토즈소프트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미르의전설2 소스코드를 그대로 베낀 ‘전기세계’라는 게임을 출시하면서 발생했다. 액토즈소프트가 소송에 나서며 국제 문제로 비화하자, 샨다게임즈는 아예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고 입막음했다. ‘한국 게임 업계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원하는 중국 vs 규제 묶인 한국
잠재적 위험을 알면서도 중국 업체의 지분 투자를 마냥 거절할 수도 없다. 글로벌 진출이 필수인 게임 업체에 투자금은 생명줄이다. 정부와 국회가 게임을 사회악으로 치부하면서 국내 투자는 씨가 말랐다. 게임중독법, 셧다운제 등 한국 게임산업의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몇몇 주요 게임 업체는 해외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은 한국과 상반된다. 박윤근 KOTRA 선전무역관장은 “중국에서 모바일 게임은 정부가 선정한 ‘2014 수출 유망품목 8종’에 속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며 “중앙 정부는 매년 게임 박람회 ‘차이나조이’를 개최해 게임 업체에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각 지방정부는 문화창의산업단지를 조성해 세금 우대, 임차비 보조, 장려금 지원 등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선전=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5억 스마트폰 사용자 저력
韓·中 모바일게임 기술 대등
수출유망 선정…中, 전폭 지원
[ 박병종 기자 ]
베이징에 있는 중국 3대 게임업체 창유. 본사 건물에 들어서자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렸다. 베란다를 이용해 만든 공중정원에 기다란 봉을 들고 모인 사람들. “뭐죠?”라고 묻자 안내하던 직원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을 받았다.
“중국 전통무술인 우슈를 연마하는 직원들이에요.” 복도 양쪽엔 요란한 색상의 공간들이 이어졌다. 회의실이라고 했다. 노래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방에다 중국 공산혁명 당시 마오쩌둥이 은신하던 동굴의 모습을 재현한 방까지. 어린이집처럼 꾸며진 회의실은 오히려 평범해 보일 정도였다. “회의 중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저녁 8시가 지난 시간인데도 사무실엔 젊은 직원들이 가득했다. 창유 직원의 평균연령은 27세. 대학 도서관이 떠올랐다.
박윤근 창유코리아 대표는 “텐센트의 성공을 본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 출신들이 대박을 꿈꾸며 밤새워 일한다”며 “이들이 중국 게임 발전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약진하는 중국 게임산업
‘394.9%.’ 올해 상반기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다. 올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의 전체 매출은 496억2000만위안(약 8조3888억원). 이 중 25.2%에 해당하는 125억2000만위안(약 2조1166억원)이 모바일 게임에서 나왔다. 5억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를 등에 업은 중국 모바일 게임이 중국 게임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 사이먼 왕 창유 개발부문 대표는 “단위당 판매단가가 제로(0)에 수렴하는 게임산업의 특성상 거대 시장은 수익을 극대화한다”며 “기존 온라인 게임의 5분의 1에 불과한 개발비와 짧은 개발기간은 너도나도 모바일 게임 개발에 뛰어들게 만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이 주류가 되면서 한국 게임의 기술 우위도 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필두로 ‘리니지’ 등을 성공시키며 세계 온라인 게임산업을 이끌었던 ‘퍼스트 무버’였다. 먼저 시작한 만큼 기술력도 압도적이었다. 중국은 한국 게임을 수입하기 바빴다. 반면 2000년대 후반 한국과 중국이 동시에 시작한 모바일 게임은 기술력의 차이가 거의 없다.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모바일 게임업체 공중망의 장타오 부사장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은 상향평준화됐다”며 “오히려 개발되는 게임의 수가 월등한 중국에서 창의적인 게임이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 잠식하는 중국 게임
‘대륙을 호령하는 한국 게임’이라는 표현은 이제 옛말이다.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를 제외하면 중국 차트 상위권 온라인 게임은 거의 다 중국산이다. 한국 게임 개발사에 대한 중국의 자본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넷마블 지분의 28%는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몫이다. 텐센트는 카카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창유 공중망 퍼펙트월드 등도 국내 게임을 노리고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왕 텐센트게임즈 부사장은 “외국산 게임의 중국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현지화’인데 이건 중국 기업이 잘할 수밖에 없다”며 “한·중 간의 협업을 통해 한국 게임사는 중국 시장 진출의 기회를 얻고, 우리는 미적 감각이 뛰어난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 윈윈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와의 협력은 독이 되기도 한다. 중국 4대 게임 업체인 샨다게임즈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배경에는 한국 게임 잔혹사가 있다.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샨다게임즈는 2001년 중국에 서비스한 한국 게임 ‘미르의전설2’가 동시접속자 수 70만명을 넘는 등 인기를 모으며 급성장했다. 문제는 샨다게임즈가 미르의전설2 제작사인 액토즈소프트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미르의전설2 소스코드를 그대로 베낀 ‘전기세계’라는 게임을 출시하면서 발생했다. 액토즈소프트가 소송에 나서며 국제 문제로 비화하자, 샨다게임즈는 아예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고 입막음했다. ‘한국 게임 업계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원하는 중국 vs 규제 묶인 한국
잠재적 위험을 알면서도 중국 업체의 지분 투자를 마냥 거절할 수도 없다. 글로벌 진출이 필수인 게임 업체에 투자금은 생명줄이다. 정부와 국회가 게임을 사회악으로 치부하면서 국내 투자는 씨가 말랐다. 게임중독법, 셧다운제 등 한국 게임산업의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몇몇 주요 게임 업체는 해외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은 한국과 상반된다. 박윤근 KOTRA 선전무역관장은 “중국에서 모바일 게임은 정부가 선정한 ‘2014 수출 유망품목 8종’에 속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며 “중앙 정부는 매년 게임 박람회 ‘차이나조이’를 개최해 게임 업체에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각 지방정부는 문화창의산업단지를 조성해 세금 우대, 임차비 보조, 장려금 지원 등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선전=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