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때 통 큰 투자
적자 때 사업 더 키워…4년 만에 매출 3배로
또다시 도약기회 잡는다
공단부지 통째로 인수…2020년 매출 1조 목표
[ 김용준 기자 ]
사출성형기 업체 우진플라임은 2008년 적자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과 환율 급등으로 인한 손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985년 창업 후 첫 적자가 나자 김익환 사장은 당황했다. 고민 끝에 그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런 식으로 가면 쌓여있는 돈이 조금씩 빠져나갈 게 분명하다. 앉아서 당할 바에는 사업을 더 키워보자.”
○위기 때 투자해 1위 차지
우진플라임은 이후 기술교육과 설비투자를 늘리고 해외에 더 많은 인력을 보냈다. 김 사장은 “불황에 설비투자를 하니까 산업은행 직원들이 살살 하라고 말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 결과 2008년 557억원이던 매출은 2012년 1528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3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1966억원이었다.
김 사장은 “중요한 결정은 항상 어려울 때 내리게 되는 것 같다”며 “이 투자 결정으로 경쟁사를 제치고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탄력받은 사업을 더 키우기 위해 새로운 공장 부지를 찾아 나섰다. 수도권에는 대규모 공장을 지을 땅이 없어 지방 도시를 찾아다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접촉하게 됐다. 김 사장은 “2012년 아는 분 소개로 이 지사와 통화를 하게 됐다”며 “다음 날 아침 이 지사가 직원 20여명을 데리고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인천 공장으로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그날 김 사장을 데리고 충북 보은에 있는 동부산업단지로 직행했다.
김 사장은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했고, 교통여건도 좋아 단지를 통째로 분양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문래동에서 5평짜리 공장으로 시작해 18년 만에 69만㎡(약 20만평) 공단의 주인이 된 것이다. 우진테크노밸리라는 이름이 붙은 공장 준공식은 1일 열린다.
김 사장은 “부지매입비 400억원을 포함해 공장 건설 등에 2000억원 정도 투자했다”며 “앞으로 설비를 더 늘리면 2020년 매출 1조원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주물, 판금 제관, 가공, 도장, 조립 등 일관생산 공정을 갖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는 “앞으로 300억원 더 투자해 설비를 증설하고 생산량을 늘리면 매출이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며 “투자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수익으로 돌려준다”고 덧붙였다.
○“일만 생각한 것이 성공비결”
문래동 철공소 출신 중 가장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김 사장은 “일밖에 생각 안 했고, 그 일을 남들보다 더했다”고 말했다. 창업 후 사출성형기 이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몰입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공장을 짓기 위해 설립한 건설회사도 공장 완공 후 해산할 계획이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사업(건설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6월 말 600명이던 직원 수는 현재 850명으로 늘었다. 보은 주민 150명을 포함해 추가로 고용했다. 인천공장 직원 대부분이 따라 내려왔다. 김 사장은 “(인천공장 직원의) 10~20%는 나갈 줄 알았는데 10명 정도를 빼고는 모두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단지 내에는 사출성형 기술교육원도 들어선다.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 2007년 우진플라임이 만든 교육원이다. 이 교육원 출신은 대부분 취업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사출성형 기술자들이 교육원을 나와 어디를 가도 상관없다”며 “좋은 인력이 많이 배출되면 그만큼 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현재 35%인 수출 비중을 내년까지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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