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시위 나흘째…시위 참가자 수 확대·점거 지역 확장

입력 2014-10-01 18:48  

홍콩 시민의 도심점거 시위가 신중국 건국 65주년 기념일(국경절)인 1일로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 수는 국경절 연휴를 맞아 시위 참가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중·고등학교 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이끄는 조슈아 웡(黃之鋒) 등 시위대 수백 명은 이날 오전 국경일 국기 게양식이 거행된 완차이 골든 보히니아 광장으로 이동, 국기가 게양되는 동안 국기게양대에서 등을 돌린 채 노란 리본을 묶은 손을 들어 엑스자 표시를 만드는 등 침묵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중 20여 명이 행사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평화 시위를 원하는 다른 시위 참가자들의 만류로 경찰과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는 경찰 수백 명이 배치됐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행사장에 나타나자 일부 시위대는 홍콩에서 사용하는 광둥화(廣東話) 대신 중국 표준말인 푸퉁화(普通話)로 "퇴진 689"라고 외치기도 했다.

689는 간접선거로 진행된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렁 장관이 1200명의 선거위원으로부터 받은 표를 의미한다.

범민주파 입법회(한국 국회격) 의원 중 장발(長髮)로 유명한 량궈슝(梁國雄) 의원은 렁 장관의 퇴진과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하다가 30초 만에 행사장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렁 장관은 행사장에서 "중국의 꿈이 실현되도록 손에 손을 잡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시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친(親) 중국 성향 군중은 "렁춘잉을 지지한다"고 외쳤다.

도심 점거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센터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 지도부에는 살해 위협 낙서가 된 편지봉투 뭉치가 배달됐다.

시위대는 전날 국경일 연휴를 앞두고 시위 참가자가 늘어나자 점거 지역을 까우룽(九龍)반도 침사추이(尖沙咀) 등으로 확장했다. 케이 체(謝安琪)와 안토니 웡(黃秋生) 등 홍콩 연예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시위대의 선거안 철회 요구를 일축했다.

완차이 국경일 행사에 참석한 장샤오밍(張曉明) 홍콩 주재 중국연락판공실 주임은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태양은 평소처럼 떠오른다"며 답을 피했다.

이는 지속적인 시위에도 전인대가 지난 8월 말 의결한 선거안을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중국에서 홍콩의 진정한 보통선거를 지지하던 인권운동가 20명이 중국 경찰에 구금됐으며 60여명은 신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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