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디지털콘텐츠 불공정거래 관행 끊어라

입력 2014-10-03 22:10  

"디지털콘텐츠는 전형적 中企산업
작업계약·수익배분 공정하게 하고
CP·유통·제작 共生환경 구축해야"

박수용 <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



영화 ‘명량’이 역대 한국 영화 최대 관객을 동원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00여척의 왜선을 물리친 해상 전투신과 회오리 물살을 생생히 구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영화적 성공 배경엔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있고 관련 업체도 큰 주목을 받았다.

CG 기술은 영상 콘텐츠 산업의 미래라고 할 만큼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 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홀로그램 기술도 차세대 콘텐츠 동반성장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KT가 손잡고 지난 1월 서울 동대문에 세계 최초로 문을 연 홀로그램 전용관 ‘클라이브(Klive)’에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류 콘텐츠인 K팝에 융합 기술을 덧입혀 한류 스타들의 가상 공연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KT와 YG엔터테인먼트, 중소 콘텐츠 기업 디스트릭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대문에 조성한 클라이브는 지난해 미래부 차세대 콘텐츠 동반성장 사업으로 선정돼 ‘신(新)한류’의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홀로그램 기술을 다양한 문화 및 관광 콘텐츠산업의 핵심 기술로 활용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콘텐츠산업은 창조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CG, 3차원(3D)입체, 모바일 등 차세대 콘텐츠 시장은 중소기업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앞서 사례처럼 CG 및 홀로그램 같은 정보기술(IT)을 가진 업체를 비롯 게임, 동영상,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보유한 콘텐츠 제공자(CP)들은 이동통신사나 지상파 방송사, 포털 사이트 업체 같은 플랫폼 사업자나 콘텐츠 유통사와 계약을 맺고 기술 및 콘텐츠를 공급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간의 불공정 계약이 수익 배분 및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이어져 관련 산업 성장의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

영화 ‘명량’은 결과적인 면에서 성공했지만 국내에서의 후반 CG 작업은 아직 사회적·산업적으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계약보다 월등히 많은 작업량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고 관련 업계는 토로한다. 제작사와 후반 CG 작업 업체 사이 불공정한 관행들이 생기거나 불균형한 수익 배분 구조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표준계약서를 발표하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들도 있으나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산업은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산업으로 콘텐츠 제작사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활용되기 위한 수익의 접점에 다가가기 위해선 대기업의 플랫폼이나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콘텐츠 시장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거래 관행을 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국내 대표적인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을 ‘갑을관계’를 넘어 상생협력 관계로, 동반성장 파트너로 대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몇몇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사들과 상생하는 자체 협력지원 방안을 제시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또 창의적 디지털콘텐츠 제작과 투자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미래부에서 올해 초 마련한 정보통신기술(ICT)특별법은 디지털콘텐츠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해 콘텐츠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간다는 취지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앞으로 콘텐츠 유통사, 제작사, CP 사이에 올바른 동반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는 여러 제도적 보완과 지원에 힘씀으로써 한국 콘텐츠산업이 지속가능한 차세대 경제 모델의 모범 사례로 인정받는 날이 오게 될 것을 기대한다.

박수용 <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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