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산업단지 연결 등 사통팔달 경쟁력
노후시설·영세기업 해결이 최대 과제
[ 김정은 기자 ]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는 인구 2000만명의 수도권을 배후에 둔 공업 지역이다. 사통팔달의 조건까지 갖췄다. 제1~3 경인고속도로 와 송도경제자유구역, 인천대교, 인천공항, 인천항만이 남동산업단지를 둘러싸고 있다.
남동산업단지에는 글로벌 강소기업이 적지 않지만 입주기업의 51%가 종업원 50명이 채 안 될 정도로 영세하다. 70% 이상이 공장을 빌려 쓰는 임차 업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하도급 생산을 주로 한다. 그러다보니 연구개발(R&D) 능력도 취약하다. 공단 전체가 매립지인 관계로 용적률과 건폐율 규제를 받고 있어 단지 노후화가 심각하다. 남동산업단지가 5년 전부터 구조고도화 사업에 매진하는 이유다.
◆글로벌 강소기업 많아
남동산업단지는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으로 오갈 곳이 없어진 수도권 중소 제조업 공장들이 옮겨오면서 시작됐다. 지난 20여년간 덩치를 계속 키워 지금은 업체 수와 고용 인원에서 인천 전체 산업단지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 기업도 꽤 많다.
인페쏘는 국내 최고의 금속 레이저 가공 기술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스테인리스 파이프 등 금속소재를 레이저로 가공한다. 임직원 50여명에 매출은 100억원에 불과하지만 순이익 40억원을 낼 정도로 이익률이 높다. 유봉열 인페쏘 사장은 “레이저 가공 제품은 산업 건축 공공시설 등 용도가 다양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강샘스는 세계 최초로 ‘침구 청소기’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창업 초기엔 자동차 부품을 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하우 회장의 아들인 의사 출신 이성진 사장이 침구청소기 ‘레이캅’을 선보이면서 사업 구조가 일반 소비재 위주로 바뀌었다. 덕분에 부강샘스의 매출은 2011년 336억원에서 지난해 1316억원으로 2년 새 네 배 늘었다. 침구청소기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수출액도 1000억원을 넘었다.
디에이치라이팅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조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다. 많은 중소기업과 달리 해외 시장에 먼저 나가 40개국을 개척했다. ‘외국에서 인정받았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5년 전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자동차용 할로겐 전구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TV 프레임과 같은 알루미늄 부품소재를 만드는 파버나인은 원래 금속가공 업체였다. 이제훈 사장은 회사의 주력 사업에 디자인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300억원을 넘지 못했던 매출은 덕분에 지난해 1200억원으로 늘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한 좋은 사례다.
◆단지 노후화 문제 해결해야
남동산업단지는 준공된 지 22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2009년 구조고도화 시범사업 단지로 선정된 이후 공동화물센터, 지식산업센터 등을 새로 지었지만 전반적인 시설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천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인천시 노후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지원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영세 기업이 많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내 모터 제조회사의 25%가 남동산업단지를 포함한 인천 지역에 있지만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에 그치고 있다. 영세한 업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기업과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예컨대 삼양감속기 등 중소기업 13곳과 한양대 등 17개 대학·연구기관은 에너지 절감형 모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클러스터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소망화장품이 주축이 돼 중소 화장품업체 2곳, 서원대와 동아대, 협력기관 2곳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한방 기능성 화장품 개발부터 제품 디자인, 마케팅, 국내 판매 및 수출 등 전 과정에서 힘을 합칠 예정이다.
조성태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장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자생적 클러스터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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