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AT 폐지 등 '삼성 고시' 개편,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

입력 2014-10-08 11:13   수정 2014-10-08 11:16

'삼성 고시' 부작용 손질 계속…'취준생 혼란' 내년 하반기나 시행
'1월 포기' 대학총장 추천제 부활 어려울 듯




[ 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삼성 공개채용 제도 개편과 관련해 "직무적성검사(SSAT) 폐지 등 채용 제도를 개편한다 해도 내년 상반기 당장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 고시'로 대표되는 SSAT 등 시험 부작용을 막을 방법을 마련 중이지만 취업준비생 혼란을 막기 위해 이를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8일 수요사장단 회의 뒤 브리핑을 열고 채용제도 개편 내용 및 적용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 팀장은 "채용 제도 개편을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발표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다시 확인한 뒤 "SSAT가 폐지되더라도 내년 상반기 적용은 힘들다, 빨라야 하반기가 될 듯 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학 입시 제도도 바꾸겠다고 한 뒤 바로 적용하지 않는다"며 "(내년 상반기 적용은)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날 앞서 국내 한 일간지는 "삼성그룹이 20년만에 서류전형 제도를 부활키로 확정하고, 직군에 따라 SSAT를 부분 면제해주는 '신(新)입사제도' 도입한다"고 보도했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 및 발표 시기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채용 제도 개편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서류전형 부활이나 SSAT 대상 축소는 올해 1월부터 줄 곧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해왔던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신규 전형으로 추진했던 대학총장 추천제는 재도입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 팀장은 "대학총장 추천제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실제 삼성그룹은 올해 1월 대학총장 추천제와 서류전형 제도 부활을 골자로 한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편안'을 도입하려 했지만 비판 여론에 밀려 도입하지 못했다. 대학총장 추천제도가 '대학 서열화', '지방대 차별', '대학 위의 삼성' 등 역풍을 불러온데 삼성도 적잖이 당혹했다.



당시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현재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총장추천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이렇게까지 번질지 예상 못했다"며 "각 대학과 취업준비생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등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올 상반기 공채부터 부활시킬 예정이던 신입사원 서류전형 과정도 없던 일로 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채용제도 수정 의지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비록 비난 여론에 밀려 채용 개편안은 추진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꾸준히 연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룹 인사조직 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따로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채용 제도 대대적 손질 의지를 놓지 않는 이유는 '삼성 고시'라고도 불리는 입사 시험 폐해 때문이다. 연간 20만명이 넘는 대학생 및 졸업자가 SSAT 장으로 몰려들고, SSAT 사교육 및 교재 판매 열풍이 부는 등 사회적 부작용과 소모 비용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 사장은 당시 "대학 총장 추천제는 9000명을 뽑는 신입사원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20만명이 넘게 응시인원이 몰리는 등 입사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판단 하에 새로운 방식을 오래 고민한 결과물이었다"면 "채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는 계속 남아 있다"고 못박았다.

대학총장 추천제는 당시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총장에게 신입사원 서류전형 통과 추천권을 부여하고, 대학 현장에서 인재를 직접 발탁한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추천 객관성 제고를 위해 ▲ 4학년 1학기까지 취득 평점 4.5점 만점 기준에 3.0점 이상(저소득층은 2.5점 이상) ▲ 오픽(OPIc) 성적은 이공계 NH급 이상 ▲ 인문계 IL급 이상 ▲ 토익스피킹 성적 이공계 4급이상, 인문계 5급 이상 등 자격 요건을 갖추게했다.

그러나 대학별 총 5000명 추천권을 차등 배분하는 과정에서 인원 수가 공개되자 추천권 다툼 및 보이콧 사태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가중됐다. '대학 서열화', '지역 차별', '대학 위의 삼성' 등 비난 여론에 밀려 삼성의 대대적 채용 개편 정책은 당시 발표 13일만에 없던 일로 매듭됐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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