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규 기자 ]
농심은 지난 8월 신라면의 맛과 디자인을 출시 28년 만에 처음으로 바꿨다. 농심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신라면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제품을 리뉴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신라면의 맛을 더욱 신라면답게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농심은 면의 식감을 더욱 쫄깃하게 하기 위해 면 퍼짐 현상을 완화하는 노하우를 우선 적용했다고 밝혔다. 국물의 풍미도 한층 깊어졌다. 원료의 배합비를 최적의 상태로 개선해 신라면 고유의 맛을 더욱 강화했다는 것이다. 끝맛을 칼칼하게 해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살렸다.
포장 디자인은 오히려 단순하게 했다. 새로운 신라면 디자인은 ‘신라면의 글로벌화’라는 목표에 따라 매울 신(辛)자가 가지는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했다. 세계 90여개국에서 팔리는 제품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인 만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강조가 필요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라면은 일본, 중국에서부터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그동안 수출실적이 없던 이슬람국가, 세계 3대 폭포로 불리는 나이아가라 폭포,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도 팔리고 있다. 한국은 몰라도 신라면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는 인종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신라면의 영향력과 위상을 더욱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의 말을 패러디한 “매운 것을 못 먹으면 사내 대장부가 아니다(吃不了辣味非好漢)”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인기에 힘입어 농심 해외 매출 중 중국이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세계 1등 제품에 의한 세계 일류회사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적극적인 시장 개척으로 ‘신라면 100개국 수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은 1986년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매운 라면’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농심은 1985년 시장 1위에 올라선 뒤 확고한 독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신라면을 개발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소고기장국의 매운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당시 연구개발팀은 매운맛과 쫄깃한 면발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을 실험했고 200여종의 면발을 테스트했다.
신라면은 출시되자마자 시장에 안착했다. 초기 소비자들은 ‘얼큰한 국물 맛도 좋고 면도 맛있다’ ‘주변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맛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원어치를 팔았다. 1987년에는 1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신라면의 국내 누적판매량은 총 230억개다. 이는 지구를 105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매출은 4800억원에 달한다. 해외 시장을 포함하면 매출은 7000억원에 이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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