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소프트웨어·B2B 육성…새 수익원으로 반전 노린다

입력 2014-10-10 07:04  

경제 대도약 이끌 한국 대표기업

3분기 영업익 절반 줄었지만
중저가 전략폰으로 전열 재정비
전기차 배터리·ESS 등 키워
과도한 스마트폰 의존도 낮추기로



[ 주용석 기자 ]
삼성전자의 경영 여건이 1년 만에 확 바뀌었다. 지난해 3분기에 10조10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올 3분기에는 4조1000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삼성 그룹 전반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며 호황을 누렸던 다른 삼성 계열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반전 노리는 스마트폰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실적 쇼크에 빠진 가장 큰 요인으로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꼽힌다. 세계 중저가폰 시장에서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판매단가를 낮추거나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을 추가 지출했고 그 결과 수익성이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중국 시장에선 샤오미에, 세계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선 레노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고가폰 시장에선 애플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지난달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를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던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애플 신제품은 출시 3일 만에 1000만대 넘게 팔리며 삼성전자를 긴장시켰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갤럭시S4 이후 스마트폰 판매량 상승 곡선이 둔화됐지만 판매 물량과 재고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삼성전자는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를 당초 계획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지난달 26일 전격 출시했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한국과 함께 첫 출시국으로 선택했다. 아이폰6 시리즈의 중국 상륙에 앞서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제품인 갤럭시S처럼 갤럭시 뒤에 알파벳을 붙이는 형태로 가격은 30만원 정도가 유력하다. 통일된 중저가 브랜드로 대대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신사업 모색하는 삼성

마케팅 전략 재정비와 함께 과도한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키우려고 하는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5~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쇼 IFA 2014에서 B2B에 특화된 8인치 태블릿PC인 갤럭시탭 액티브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기업 고객의 수요를 반영해 만든 첫 B2B 전용 모바일 기기다.

또 IFA에서 교육, 의료, 금융, 호텔, 유통, 물류·교통 6대 분야를 중심으로 B2B 전략을 소개했다. 예컨대 교육 분야에선 전자 칠판, 금융 분야에선 환율 주가 금리 등을 보여주는 스마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호텔 분야에선 호텔 정보와 각종 콘텐츠를 담은 디지털 사이니지를 선보였다. 지난달 캐나다 모바일 프린팅 업체 프린터온 인수와 지난 8월 미국 공조제품 전문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 인수도 B2B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소프트웨어도 삼성이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인텔 등과 함께 개발한 독자 운영체제(OS) 타이젠을 자사 스마트워치에 적용한 데 이어 조만간 타이젠TV와 타이젠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2만8000명에 조금 못 미치던 사내 소프트웨어 인력(국내외 포함)을 지난해 4만500명 선으로 끌어올렸다. 2년 새 인력을 45%나 늘릴 만큼 소프트웨어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신성장 동력 찾기에 매달리고 있다. 삼성SDI는 스마트폰 배터리 사업 비중을 낮추기 위해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ESS는 전기를 모아뒀다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 장치로 삼성SDI는 최근 유럽 시장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대규모 ESS 공급 계약을 잇달아 따냈다.

삼성전기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스마트폰 기판과 카메라 모듈을 판매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새 고객으로 삼아 과도한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기반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중국 업체들의 수요가 많은 중저가 제품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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