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ovie] 소유보다 공유를 원하는 시대, 전통 제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입력 2014-10-10 17:31  

북칼럼니스트 김은섭의'책을 펼쳐보세요'

메시 The Mesh/리사 갠스키 지음/윤영삼 옮김/21세기북스




전통적인 기업들에 기업의 3요소가 뭐냐고 물으면 ‘토지, 노동, 자본’이었다. 그리고 지식노동자들이 일하는 오늘날의 기업에 물으면 아마도 ‘지식, 자본,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제는 그 역시도 진부한 대답이라고 할지 모른다. 메시 기업으로 창업을 한다면 그리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 <메시 The Mesh>는 판매와 소유가 아닌 공유 플랫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았다. 지금 메시 비즈니스가 ‘빌려주는 사업의 시대’를 열고 있다.

메시의 원래 뜻은 그물코라는 일종의 매듭. 메시 비즈니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 그들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잠시 사용하게 한 뒤 이를 돌려받거나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사업 모델’을 말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쉽게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면, 게다가 그 물건이 비싸면서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상품이라면 많은 돈과 시간을 아끼고 또 벌 수 있다는 말이다. 메시 기업은 공유경제의 잠재성에서 수익을 만들어낸다.

성공한 메시 기업의 거의 완벽한 사례로 집카(Zipcar)가 있다. 집카는 10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회사다. 집카는 자동차를 만들지도, 판매하지도, 수리하지도 않는다. 단지 차를 ‘공유’할 뿐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9년에만 1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미국·캐나다를 넘어 유럽 전역을 무대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요즘 집집마다 한두 대씩은 있는 자동차는 대개 하루에 한두 시간을 빼면 나머지 시간은 제자리에 서 있는 제품인 반면 집 다음으로 비싼 고가품이다. 집카의 창업자는 바로 이 맹점에 착안했다. 만약 이렇게 세워두는 시간이 훨씬 많은 고가의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카는 값비싼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공유하는 것이 더 쉽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만든 회사다. 전통적인 렌터카회사들과 달리 도시 전역에 집카 자동차를 배치해 놓아 고객들이 쉽게 찾아 이용하고 반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점에서 집카는 차를 임대해 주는 렌터카 사업이 아니라 자동차를 공유하기 위한 정보를 관리하는 자동차 관리업인 것이다.

이 밖에도 메시기업 중에 주목되는 기업으로는 넷플릭스(Netflix)를 들 수 있다. 평소 미국 최대의 비디오테이프 대여점 블록버스터를 이용하던 리드 해스팅스는 반납일에 늦어 DVD를 사도 될 정도의 연체료를 물게 되었다. 화가 난 그는 줄을 서서 DVD를 빌리거나 연체료를 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우편으로 DVD를 저렴하고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DVD 대여 업체인 넷플릭스는 몇 년 만에 기존의 거대한 공룡업체인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리며 메시비즈니스의 교과서가 되었다.

호텔이나 렌터카 등 임대 혹은 공유를 비즈니스로 하는 기업은 메시 기업이 탄생하기 전 전통적인 기업들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메시 기업은 전통의 임대기업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소셜미디어, 인터넷, 무선 네트워크, 스마트폰 등 첨단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큰 차별점이다.

메시 기업들에 특별한 마케팅이나 광고는 따로 필요 없다. 고객들이 이들 인프라를 통해 주위 사람에게 퍼뜨리는 자신의 경험담은 그 자체로 폭발력 강한 마케팅이 되기 때문이다.

메시 비즈니스는 사람, 기업, 조직, 제품 등 다양한 것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가능해진 사업 모델이다. 오프라인에 존재해 왔던 물리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웹 기반 기업들이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메시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세계적인 흐름도 빼놓을 수 없다. 첫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기업가들의 탐욕’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기업에 대한 실망감을 안겼다. 둘째, 경제위기는 소비자로 하여금 우리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래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게 되면서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건강, 우정, 여행,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것 등 정신적인 것에 더 높은 비중을 두게 되었다. 셋째,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전반적으로 기업 운영비용을 끌어올렸고, 쓰고 버리는 상품을 만들고 파는 것이 어려워졌다. 넷째, 늘어나는 인구와 가속화되는 도시화는 ‘인구밀도’를 높였고, 다양한 정보 네트워크의 발전 또한 메시 생태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메시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번창하는 기업을 만드는 플랫폼이 될 뿐만 아니라 일종의 재활용이어서 지구 환경에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어서 사회적으로도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효과를 얻는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면 더 큰 수익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기업의 환경과 사회에 대한 활동은 고객들의 신뢰와 구매 결정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메시 비즈니스의 미래는 밝다.

문제는 지난 세기부터 세계경제의 중심이었던 제조업의 미래다. 이들은 소유보다 공유를 원하는 시대적 요구에 대해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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