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간지 첫 단독 인터뷰
[ 김선주 기자 ]
겐조는 요즘 패션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이슈 메이커’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의 핵심 브랜드다. 패션 업계 전반을 이끌고 있는 ‘럭셔리 스포티즘’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움베르트 레온과 캐롤 림은 2011년 겐조의 수석디자이너로 영입된 뒤 한때 낡은 브랜드 취급을 받았던 겐조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세계적인 편집매장 오프닝 세레모니의 설립자이기도 한 이들은 넘치는 에너지와 재치로 겐조를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바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대형 스케이트보드장에서 열린 겐조 패션쇼에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 일본판의 편집장 안나 델로 루소 등 패션계 거물들이 몰려든 이유다. 레온과 림을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 직후 무대 위에서 만났다. 이들이 국내 일간지와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레온) ‘미래에 대한 긍정’을 주제로 컬렉션을 준비했다. 우리가 추구해온 순수, 정화, 그리고 굉장히 낙관적이면서 흥미진진한 방식의 미래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딱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영감이나 아이디어가 많은데 이를 추려내는 게 어려웠다.”
▷스케이트보드장을 선택한 이유는.
“(레온)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소에서 쇼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우리 작품에 투영하고 싶었다.”
▷평소 특별히 선호하는 소재는.
“(레온) 원단마다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소재를 선호하진 않는다. 다만 기능성, 특히 통기성이 있는 소재인지 여부는 꼼꼼하게 따진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브로드리 앙글레이즈(구멍을 뚫어 주위를 자수 처리하는 기법)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레이저 커팅 기법도 사용했다.”
▷겐조가 주도하는 ‘럭셔리 스포티즘’이 열풍인데.
“(레온) 항상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의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소비자의 개성을 고려해 (스포티즘을 넘어서는) 더 큰 메시지는 뭐가 있을까 궁리 중이다. 어떻게 하면 매일 입을 수 있는 의상을 조금 더 창조적으로 만들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림) 패션쇼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우리 제품 중 일부일 뿐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일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겐조 의상을 만들고 싶다. 야외 활동할 때나 주말에나 모두 입을 수 있는 의상 말이다. 결국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옷을 선택해서 입지 않느냐. 각각의 제품을 어떻게 혼합해서 어떤 목적으로 입을지는 오롯이 자기 몫이다.”
▷편집매장은 현재 ‘라이프 스타일’ 편집매장으로 진화했다. 편집매장이 향후 어떤 식으로 발전하리라 전망하나.
“(레온) 다른 편집매장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겐조가, 오프닝 세레모니가 향후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어떤 감성을 담아낼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고 있다. 꼭 편집매장이 아니더라도 단일 브랜드의 단독 매장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겐조도 편집매장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을 해왔다.”
▷겐조에 영입된 뒤 기존 겐조와 어떤 식으로 차별화했다고 생각하나.
“(레온) 겐조의 초창기 디자인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으니까. 그들에게 오마주를 표할 때도 있지만 현재의 겐조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물러난다면 다른 디자이너가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가 오더라도 우리가 지금 겐조에서 풀어내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쉽게 복제할 수 없을 것이다.”
▷겐조는 1993년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인수됐다.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일할 때와 LVMH 산하 브랜드에서 일할 때의 차이점은.
“(림) 겐조라는 브랜드에 대한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일하는 과정은 예전과 비슷하다. LVMH와 겐조는 우리 고유의 창작 과정을 수용했고 자율성도 줬다.”
▷최근 LVMH 그룹에서 주최한 신인 디자이너 발굴 대회인 영 디자이너 프라이즈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레온) 이번 대회에 참가해 결승까지 올라온 20명 중 70%를 오프닝 세레모니에 데려갔다. 미국 및 영국 시장에 그들을 소개했다. 대회가 시작했을 때부터 그들을 지원했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흥미진진했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의 재능 있는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레온) 한국에 국한하지 말고 항상 글로벌 비즈니스란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말고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정말 강해져야 한다.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39, 40, 41 등 글로벌 시장의 치수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림)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겐조 2015 봄·여름 파리패션위크
70년대 겐조 '빅 룩' 현대적 해석…쁘렝땅 백화점 협업제품 발표도
겐조는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에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일명 ‘겐조 아바타’인 크놀라(사진)는 무대 정중앙에 설치된 LED 스크린 속에서 관람객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크놀라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5개 국어가 가능한 글로벌 시민으로 설정된 가상 캐릭터다.
이번 컬렉션은 겐조의 창립자인 다카다 겐조가 1970년대에 선보였던 오버사이즈 의복, 일명 ‘빅 룩’을 주축으로 진행됐다. 오버사이즈 집업 재킷과 팬츠는 모델들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이었다. 메시 소재, 기하학적인 레이스 소재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했다. 컬렉션 전반에 활용된 색상은 파스텔 핑크와 블루였다.
겐조는 이번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쁘렝땅백화점에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고 쁘렝땅 백화점과의 협업 제품을 발표했다. 쁘렝땅백화점은 봉마르셰, 갤러리 라파예트와 함께 프랑스 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달 24일에는 파리 말 가의 레드불 스페이스에서 ‘그레이스 투 더 노스 파워 엑시비션(Grace to the Nth Power Exhibition)’이란 전시회도 열었다.
파리=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 김선주 기자 ]
겐조는 요즘 패션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이슈 메이커’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의 핵심 브랜드다. 패션 업계 전반을 이끌고 있는 ‘럭셔리 스포티즘’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움베르트 레온과 캐롤 림은 2011년 겐조의 수석디자이너로 영입된 뒤 한때 낡은 브랜드 취급을 받았던 겐조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세계적인 편집매장 오프닝 세레모니의 설립자이기도 한 이들은 넘치는 에너지와 재치로 겐조를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바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대형 스케이트보드장에서 열린 겐조 패션쇼에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 일본판의 편집장 안나 델로 루소 등 패션계 거물들이 몰려든 이유다. 레온과 림을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 직후 무대 위에서 만났다. 이들이 국내 일간지와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레온) ‘미래에 대한 긍정’을 주제로 컬렉션을 준비했다. 우리가 추구해온 순수, 정화, 그리고 굉장히 낙관적이면서 흥미진진한 방식의 미래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딱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영감이나 아이디어가 많은데 이를 추려내는 게 어려웠다.”
▷스케이트보드장을 선택한 이유는.
“(레온)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소에서 쇼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우리 작품에 투영하고 싶었다.”
▷평소 특별히 선호하는 소재는.
“(레온) 원단마다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소재를 선호하진 않는다. 다만 기능성, 특히 통기성이 있는 소재인지 여부는 꼼꼼하게 따진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브로드리 앙글레이즈(구멍을 뚫어 주위를 자수 처리하는 기법)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레이저 커팅 기법도 사용했다.”
▷겐조가 주도하는 ‘럭셔리 스포티즘’이 열풍인데.
“(레온) 항상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의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소비자의 개성을 고려해 (스포티즘을 넘어서는) 더 큰 메시지는 뭐가 있을까 궁리 중이다. 어떻게 하면 매일 입을 수 있는 의상을 조금 더 창조적으로 만들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림) 패션쇼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우리 제품 중 일부일 뿐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일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겐조 의상을 만들고 싶다. 야외 활동할 때나 주말에나 모두 입을 수 있는 의상 말이다. 결국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옷을 선택해서 입지 않느냐. 각각의 제품을 어떻게 혼합해서 어떤 목적으로 입을지는 오롯이 자기 몫이다.”
▷편집매장은 현재 ‘라이프 스타일’ 편집매장으로 진화했다. 편집매장이 향후 어떤 식으로 발전하리라 전망하나.
“(레온) 다른 편집매장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겐조가, 오프닝 세레모니가 향후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어떤 감성을 담아낼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고 있다. 꼭 편집매장이 아니더라도 단일 브랜드의 단독 매장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겐조도 편집매장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을 해왔다.”
▷겐조에 영입된 뒤 기존 겐조와 어떤 식으로 차별화했다고 생각하나.
“(레온) 겐조의 초창기 디자인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으니까. 그들에게 오마주를 표할 때도 있지만 현재의 겐조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물러난다면 다른 디자이너가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가 오더라도 우리가 지금 겐조에서 풀어내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쉽게 복제할 수 없을 것이다.”
▷겐조는 1993년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인수됐다.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일할 때와 LVMH 산하 브랜드에서 일할 때의 차이점은.
“(림) 겐조라는 브랜드에 대한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일하는 과정은 예전과 비슷하다. LVMH와 겐조는 우리 고유의 창작 과정을 수용했고 자율성도 줬다.”
▷최근 LVMH 그룹에서 주최한 신인 디자이너 발굴 대회인 영 디자이너 프라이즈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레온) 이번 대회에 참가해 결승까지 올라온 20명 중 70%를 오프닝 세레모니에 데려갔다. 미국 및 영국 시장에 그들을 소개했다. 대회가 시작했을 때부터 그들을 지원했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흥미진진했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의 재능 있는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레온) 한국에 국한하지 말고 항상 글로벌 비즈니스란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말고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정말 강해져야 한다.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39, 40, 41 등 글로벌 시장의 치수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림)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겐조 2015 봄·여름 파리패션위크
70년대 겐조 '빅 룩' 현대적 해석…쁘렝땅 백화점 협업제품 발표도
겐조는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에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일명 ‘겐조 아바타’인 크놀라(사진)는 무대 정중앙에 설치된 LED 스크린 속에서 관람객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크놀라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5개 국어가 가능한 글로벌 시민으로 설정된 가상 캐릭터다.
이번 컬렉션은 겐조의 창립자인 다카다 겐조가 1970년대에 선보였던 오버사이즈 의복, 일명 ‘빅 룩’을 주축으로 진행됐다. 오버사이즈 집업 재킷과 팬츠는 모델들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이었다. 메시 소재, 기하학적인 레이스 소재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했다. 컬렉션 전반에 활용된 색상은 파스텔 핑크와 블루였다.
겐조는 이번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쁘렝땅백화점에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고 쁘렝땅 백화점과의 협업 제품을 발표했다. 쁘렝땅백화점은 봉마르셰, 갤러리 라파예트와 함께 프랑스 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달 24일에는 파리 말 가의 레드불 스페이스에서 ‘그레이스 투 더 노스 파워 엑시비션(Grace to the Nth Power Exhibition)’이란 전시회도 열었다.
파리=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