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만큼의 차별을 받는 직업 중에 풍수사는 단연 첫손 안에 든다. 지관(地官) 또는 지사(地師)라 불리며 관직과 학자의 반열에 오르다가도, 풍수 또는 풍수쟁이란 속된 이름으로 최하위로 격하된다. 실력과 인품에 따른 차별이니 딱히 억울해할 바도 없다. 반풍수는 집안을 망치고 선무당은 사람을 잡는 법이니 그저 묵묵히 감내할 몫이다.조선 14대 왕 선조는 “우리나라에는 본래 술사가 없다”며 중국 풍수가를 수입했다. 오늘날로 치면 풍수 용병이다. 이순신 장군묘 선정에 관여한 두사충(杜師忠), 선조의 정비 의인왕후의 장지를 잡은 이문통(李文通), 명나라에서도 의심받던 사기꾼 섭정국(葉靖國) 등이 그들이다. 우리 풍수사들에 대한 불신이 낳은 사대주의 풍수 촌극이다.
조선시대 관직의 이름인 지관(地官)은 국가 기술직 공무원 시험을 치른 엘리트 집단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양반들이 궁여지책으로 지관이 되기도 했다. 서얼 향사 지방향반 등 공무원 1급으로의 신분 상승 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3년에 한 번 필기와 면접을 거쳐 단 2명만이 선발됐다. 이들의 나이는 평균 16~19세였다고 한다. 기록상 최연소 합격자는 11세였다. 오늘날 풍수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뭔가 상충되고 어색하다. 기술은 대를 이어 교육되고 유산으로 대물림된다. 이들의 소속은 음양과(陰陽科), 즉 운과(雲科)다.
기술고시 합격자 명단인 ‘운과방목(雲科榜目)’에는 총 133개 합격자 성씨가 있다. 이 중 전주 이씨, 직산 최씨, 경주 김씨는 총 합격자의 30%를 차지할 만큼 이 분야의 명문거족이었다. 즉 기술관의 세습이 혈통을 중심으로 이어져 내려간 것이다. 어릴수록 습득력이 강할 것은 불문가지다. 문제는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 작은 그릇은 일찍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녀의 진로로 풍수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왕왕 있다. 그럴 땐 자녀의 품성이 악한 일을 보면 싫어하고 선한 도를 보면 따라하는지를 먼저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것은 각자가 품은 인격의 품격이자 앞으로 행보의 나침반이다. 그리고 사서삼경 원문을 읽혀 고전의 향에 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현대 천문학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품 팔기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네 가지 기본 소양이 갖춰지면 이제 겨우 풍수쟁이는 면할 수 있는 기초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믿고 맡길 만한 풍수사를 고르는 방법과도 일치한다. 사람의 재능에는 대소와 경중이 있다. 평범한 사람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가볍고 작은 재능은 천박하다. 근원이 짧은 물은 가을과 겨울에 마르고 뿌리가 얕은 풀은 한여름에도 시든다.
개운(開運)의 기운을 여는 직업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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