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예금비중 27% '저조'
"지자체 금고 등 과당경쟁…소비자에 부메랑" 지적도
[ 박신영 기자 ] 은행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힘을 쏟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시중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 가입자들에게 지급하는 이자가 가장 적다는 의미다.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하나은행이다. 은행들은 대규모 부실 대출에 따른 대손충당금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조달 비용이 싼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 확보 경쟁의 과열로 예금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銀 저원가 예금 비중 1위
은행들이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는 주요 방법은 요구불예금, MMDA 같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예금 입출금에 특별한 조건이 없어 이자가 연 0.1~0.2%로 낮아서다. 이 같은 ‘저원가성 예금’은 코어(core·핵심) 예금이라고도 불린다. 은행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가장 높다. 8월 평균 잔액이 62조8000억원으로 전체 수신액(원화기준) 186조6000억원의 33.7%에 달한다. 다음은 신한은행이다. 175조5000억원의 원화수신 중 32.4%인 56조9000억원이 저원가성 예금이다.
수신(222조1000억원)과 저원가성 예금(67조6000억원)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30.4%로 세 번째다. 하나은행은 수신 189조8000억원 중 저원가성 예금이 52조3000억원에 그쳐 27.6%로 비중이 제일 낮다.
◆“결국 소비자에 부담 떠넘겨”
저원가성 예금 확보 경쟁이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중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시금고 은행 선정 당시 한 대형은행이 기부금 명목으로 시에 1000억원 이상을 내겠다는 제안을 했을 정도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은행 유치전이 저원가성 예금 확보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연내에 실시되는 서울 25개 구청금고 은행 선정이 혼탁양상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과열 경쟁은 은행 수익을 결정하는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통상 3%포인트가 적정 수준으로 간주되지만,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82%포인트(8월 신규취급액 기준)로 떨어져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예금을 운용해 얻는 수익을 감안한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역시 2010년 2분기 2.4%에서 올 2분기 1.82%로 급락했다.
은행들의 저원가성 예금 확보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예금이자가 빠르게 내린 반면 대출이자 하락은 더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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