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민원처리場 된 국정감사場

입력 2014-10-14 20:50   수정 2014-10-15 04:32

인사이드 스토리

지역 민원 해결 거절에 1000건 '폭탄 질의'도
국감 데뷔 재·보선 의원, 지역 예산 챙기기 바빠



[ 고재연 기자 ]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에게 ‘한철농사’에 비유된다. 의원과 보좌진이 정부부처나 공무원의 문제나 비리를 찾아내는 등 ‘능력’을 입증하거나 지역 민원을 챙겨 ‘눈도장’이라도 받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그래서 국감장에서 노골적으로 지역 민원을 챙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 민원을 꼼꼼히 챙기기로 정평이 나 있다. 대전 동구가 지역구인 이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깜짝’ 제안을 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뜨악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의원은 “국토부 직원이 서울 출장을 가장 많이 가는 곳이 국회”라며 국회 이전에 대한 서 장관의 견해를 물었다. 서 장관이 “개인적 견해는 밝히기 어렵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장관이 개인적 견해도 못 밝힐 정도로 소신이 없나. 조기에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 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제주시를 지역구로 둔 김우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도 지역특산물을 ‘깨알’처럼 챙겼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제주감귤을 홀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정부는 밀감류뿐 아니라 모든 감귤류에 대한 양허 제외를 한·중 FTA 협상에서 관철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보도자료 윗부분에는 ‘제주에 꼭 필요한 국회의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 위원장은 기획재정부에 낙도(落島)에 지원하는 여객선 운임 보조금과 수산직불금을 제주도에도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기재부에 1000건이 넘는 질의서를 발송해 ‘보복성 폭탄 질의’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된 이언주 새정치연합 의원(경기 광명을)과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경기 시흥갑)은 2010년 보금자리 주택지구에 편입됐다가 최근 지정 해제된 광명·시흥 보금자리 주택지구 문제에 한목소리를 냈다. 함 의원은 13일 서 장관에게 “정부의 갈팡질팡 정책으로 지역민이 기반시설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본 만큼 총 사업비 4600억여원이 필요한 시흥시 관내 지방도로인 ‘금오로’ 확충, 목감천 치수대책, 과림 하수종말처리장 등을 정부 재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의원은 “이들 사업은 관련법 적용을 받아 50%는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한가히 법 규정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며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이 의원 역시 7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감에서 “공공사업을 하는 LH가 하고 싶으면 하고, 못하겠다고 생각되면 일방적으로 해제해 버리면 그만인가”라며 “지구 해제에 따른 주민 피해는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같은 날 충북 제천·단양이 지역구인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의 민원성 발언도 문제가 됐다. 철도부품 납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송 의원은 이재영 LH 사장에게 “지역구 의원이 사장에게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검토해 보라고) 하면 검토한 결과를 나한테 가져와서 얘기해야 할 것 아니냐. 사장이 바쁘면 밑에 있는 직원이 보고서라도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쳐 논란이 됐다.

국정감사가 데뷔무대인 7·30 재·보궐 선거 당선 의원들의 ‘활약’도 이어졌다.

경기 수원을이 지역구인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은 7일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수원 비행장 이전 사업은 박근혜 정부 정책 추진 과제 중 우선순위에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다. 관심 좀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경기 평택을의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 역시 “(평택지원 특별법 관련) 사업을 2006년에 시작했는데 그 이후 9년이 경과한 지금 예산 확보율이 상당히 저조하다”며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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