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물의 일으켜 죄송…KB 정상화 바란다"
[ 장창민/박종서/이태훈 기자 ]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고 15일 밝혔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선 ‘KB사태’에 책임은 있지만 해임을 언급할 정도는 아니라고 감쌌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5년간 독립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작성된 합의서는 ‘노사정’이 아닌 ‘노사’ 합의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KB사태 키운 금융당국 질타 쏟아져
신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의원들은 금융당국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관련 내분 사태에 대한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제재 수위를 석 달 동안 세 번이나 바꾸면서 ‘고무줄 징계’로 ‘화(禍)’를 자초했다고 질타했다.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금융권 전체의 혼란을 키운 책임을 지고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금감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동반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KB사태 관련 제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금융위를 널뛰기 위원회, 오락가락 위원회라고 비판한다”고 지적하자, 신 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금감원장 자문기구이며, 그런 내용을 참고해 금융위 전원 의결로 중징계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제재 과정에서 외부 입김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제재와 관련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논의가 있었는지, 정치권의 영향이 있었는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전혀 없다. 금융위 전체 위원들이 판단했다”고 답했다.
KB사태를 키운 금감원장의 책임에 대한 물음에는 “(금감원장이) 일말의 책임이 있을 수 있지만 해임까지 이르는 책임은 아니라고 본다”고 두둔했다.
신 위원장은 KB사태 발생 원인은 기본적으로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 등이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KB금융의 조기 정상화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행장은 “감독당국이 (제가) 마땅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지주사 회장과 행장의 역할을 확실히 분리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박대동 의원(새누리당)의 질의에는 “지배구조 문제는 정답이 있지 않다. 회장과 행장이 분리된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답변했다.
◆“2·17 합의서는 ‘노사 합의’로 봐야”
의원들은 하나금융이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노사 간의 ‘2·17 합의’에서 5년간 독립 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합의 주체가 노사뿐 아니라 정부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금융위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노사정이 아닌 노사 합의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김석동) 위원장은 단순 입회자로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구속력 있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조기 통합 선언과 관련해서는 “두 은행 통합은 노사 협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경영진과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외환은행의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IT와 신용카드 부문 통합을 전제로 두 은행의 독립 법인 유지를 합의했던 것”이라며 “이 같은 합의는 양자 간에 신의성실에 의해서 지켜져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당시 노사 간 작성한 ‘2·17 합의서’가 당시 금융위원장의 서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개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장창민/박종서/이태훈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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