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기업들, 얼어붙은 증시에 '좌불안석'

입력 2014-10-16 13:57  

[ 노정동 기자 ] 청약 미달 사태, 공모가 반토막 속출
증시 부진에 상장 연기 고려도


최근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얼어붙은 증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과 두 달여 전만 해도 '활활' 타올랐던 공모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자금 수혈에 '빨간불'이 켜저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기업인수목적2호(대우스팩2호)는 지난 14~15일 이틀간 진행된 일반공모청약에서 경쟁률 0.49대 1을 기록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는 올 들어 첫 공모주 청약 미달이다.

대우스팩2호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된 수량 157만5000주 가운데 76만7830주만 청약이 완료됐다. 스팩은 상대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최근까지 이어진 스팩의 '인기'를 감안하면 공모 열기가 식었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자문사인 ACPC 남강욱 부사장은 "지난 8월만 해도 우리투자증권3호스팩 청약경쟁률이 284대 1에 증거금이 1조원을 웃도는 등 지난해부터 계속된 스팩 열기가 이어졌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냉각되면서 공모청약의 메리트(장점)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신한제2호기업인수목적(신한제2호스팩)의 경우 이날 주가가 1990원으로 공모가인 2000원보다 낮은 상태다. 공모에 참여하지 않고 시장에서 매입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공모가 반토막 사례도 나왔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영우디에스피는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당초 희망했던 공모가(9500원)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5000원으로 확정했다.

불과 2~3달 전 상장한 화인베스틸, 트루윈, 윈하이텍, 덕신하우징, 쿠쿠전자 등이 공모 '흥행'에 성공하며 기업들이 희망한 수준에서 무난히 공모가를 확정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영우디에스피 기업공개 주관사인 키움증권 관계자는 "최근 IT장비 업체들의 업황과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공모가 할인(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기업공개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 대표들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초 예상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공모 규모지만 예정된 사업 계획상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기업공개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서다.

조만간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앞둔 모 회사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공모가 범위를 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며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뜻에서 낮은 공모가 범위에도 상장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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