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가 새로운 시장 창출

입력 2014-10-17 07:00  

LGERI 경영노트

진석용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yjin@lgeri.com >



일본 혼다(Honda)의 아시모(Asimo), 소프트뱅크(SoftBank)의 페퍼(Pepper),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아틀라스(Atlas)와 같은 로봇들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머리, 몸, 팔, 다리를 갖춘 인간의 신체 구조와 유사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형태적 특징을 가진 로봇은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또는 휴머노이드라고 불린다.

휴머노이드는 형태뿐 아니라 기능상으로도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되고 있다. 재난 구조나 심해·우주 등 극지 탐사, 환자나 고령자를 돕는 업무도 인간 대신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오감을 모방하기 위한 각종 센서들(가속도·경사·역학·위치 센서, 촉각 센서, 시청각 센서, 음향 센서 등)과 감성 교류, 의사 소통을 위한 인공 지능도 갖추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등 로봇 선진국들은 미래 로봇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여러 면에서 다른 유형의 서비스 로봇들보다 우수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첫째, 휴머노이드가 인간과의 의사 소통(HMI)이나 상호 작용(HRI)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로봇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손으로 열고 닫는 문, 다리로 오르내리는 계단 등 인간의 생활 환경 내에서 사용하기에도 가장 적합할 것으로 평가한다. 셋째, 다양한 용도에 투입할 수 있어 경제성도 우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정 작업에 특화된 로봇을 용도별로 여러 대 갖추는 것보다 다용도 휴머노이드 한 대를 채택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가 드라이버, 자동차 등을 사용하면 도구나 기계의 로봇화라는 확장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보기도 한다.

또 휴머노이드는 풍부한 파급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휴머노이드의 플랫폼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각종 로봇에 적용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주요 플랫폼으로 휴머노이드인 아틀라스를 채택한 DARPA Robotics Challenge(DRC)가 2014년 현재 진행 중인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DARPA의 참가로 자율 주행 자동차의 상용화 가능성이 대폭 높아졌던 전례가 휴머노이드 연구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또 수년 전부터 미국 유럽 등 기술 선진국에서는 로봇 본격 도입에 필요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로봇 관련 윤리 연구들이 급증했는데, 이는 머지 않은 미래에 휴머노이드가 등장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면서 나타나는 영향이나 로봇의 사용과 관련된 윤리적 측면의 연구가 급속하게 늘어난 배경에는 이미 로봇 관련 기술이 일상적 활동의 윤리적 영역 속으로 들어왔다는 시각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기존 산업용 로봇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 작업, 대인 접대 등 서비스 산업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미국 리싱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의 박스터(Baxter) 등 일부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크기와 출력을 높일 경우 자동차 공장 등에서 사용되는 대형 산업용 로봇의 역할도 대신할 수 있다.

현재 로봇 관련 업계에서는 서비스 로봇 시장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그간 공개된 로봇들이 대부분 이벤트성 흥미 유발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수요를 창출해 내기에는 부족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2015년 상용화가 예고된 휴머노이드 페퍼가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가정용 서비스 로봇 시장 창출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진석용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yjin@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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