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에게 듣는다] "삼성전자도 시스코도 변화 멈추면 '포천 500대 기업' 명단서 사라질 수 있어"

입력 2014-10-19 20:50   수정 2014-10-20 03:40

美 '사물인터넷 포럼'서 만난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사물인터넷으로 2경원 넘는 시장 열려
반도체·광통신·보안 투자 아끼면 안돼

공학전공 朴대통령, 창조경제 틀 잘 알아
한국정부·기업과 다양한 분야 협력 영광



[ 김보영 기자 ]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40%는 앞으로 10년 안에 모두 사라질 겁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사진)은 인터뷰 내내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6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사물인터넷(IoT) 월드 포럼’에서다. 그는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없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건 시스코도 마찬가지고, 한국의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시스코는 갈림길에 서 있다. 화웨이 ZTE 등 중국 업체의 맹추격에 고전 중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50%를 웃돌던 시스코의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3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합쳐봐야 10% 수준이던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점유율은 최근 들어 30%에 육박하고 있다. 체임버스 회장은 위기의 돌파구로 IoT를 꼽았다. 한국 돈으로 2경원이 넘는 새로운 시장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6500여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는데.

“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속도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뒤처진다. 회사뿐만 아니라 나라와 도시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거부한 IBM이 다시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데 20여년이 걸렸다. 10년 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의 40%가 사라질 것이다. 감원은 지금까지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 계획은.

“한국에는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많다. 삼성전자가 그렇고, LG전자도 뛰어난 기업이다. 삼성전자와는 제품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스마트 시티를 만들 때도 함께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과 협업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국 정부와 협업하는 것 또한 자랑스럽게 여긴다. 한국에 대해 얘기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엔지니어 배경을 갖고 있는데 상당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로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고, 어떻게 젊은이들을 새로운 세대의 일자리로 옮겨가도록 유도할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스코는 IoT 시장에 19조달러(약 2경원)의 기회가 있다고 전망했다. 너무 장밋빛 아닌가.

“아니다.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IoT 분야에서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조달러는 보수적으로 추산한 숫자다. 스마트 시티로 변모하고 있는 미국 시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곳곳에서 그 기회를 본다. 1년 전 전망치를 내놓을 당시 14조4000억달러가 개인 영역, 4조6000억달러가 공공 영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봤다. 당시엔 61가지의 이용 사례를 분석했는데, 최근 들어 그런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19조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그것도 훨씬 커질 잠재력이 있다.”

▷시스코가 IoT에 중점을 두면서 기존 주력 분야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닌지.

“시스코는 사업 선정에 공을 들이며 지속적으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면 아예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IoT 영역에서는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확신이 있다. 데이터 분석과 관련해서는 크고 작은 기업들과 함께 수년간 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IoT는) 단순히 한번 시도해 보는 분야가 아니라 주력 분야에 해당한다.”

▷IoT 시대를 앞두고 각국 정부가 할 일은

“모빌리티와 클라우드, 광통신이 IoT 시대를 앞당기는 요소들이다. 실리콘(반도체)과 광통신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 핵심이 된다. 새로운 기술에 걸맞은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적절한 교육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인프라가 잘 갖춰져도 운영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각국 정부는 목표를 세울 때 일자리와 프라이버시, 보안 등 다양한 논점에 대해 미리 생각해야 한다. ”

▷‘스마트 시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를 비롯해 바르셀로나, 송도, 독일 함부르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의 스마트 시티 건설에 관여했다. 스마트 시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시카고의 오픈 데이터 플랫폼이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사전 조사 기간을 충분히 갖고 도시를 미리 관찰해야 한다.도시끼리 시범 운영 노하우 등을 공유해 서로 배우면서 더 발전할 수 있다.”

▷IoT 시대에는 보안도 중요한데.

“IoT 시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안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 50~70여개에 달하는 상위 보안업체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내 강화하는 작업을 같이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인터넷상에 어떤 플랫폼을 구축할 때는 프라이버시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시스코는 기업과 도시에 소스코드를 공개해 사업 영역과 인터페이스에 맞게 맞춤형 보안 솔루션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닷컴 거품’처럼 IoT도 한때의 유행 아닐까.

“2000년대 초반에는 실체가 없는 스타트업에 대한 전망만 믿고 돈이 갑작스레 몰리면서 닷컴 거품이 생겨났다가 붕괴하는 과정을 거쳤다. IoT는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니다. 거품과는 다르다.”

시카고=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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