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도시' 파리
강원도 춘천 김유정 문학관
충남 부여군 신동엽 생가
충북 옥천 정지용 생가
제주도 이중섭 초가집, 이중섭 미술관
지난해 이맘때, 지인이 유럽여행을 준비하며 가고 싶은 도시와 동선을 짜는 것을 보았다. 프랑스는 파리, 영국은 런던, 체코는 프라하, 오스트리아는 비엔나 등 각 나라의 대표 도시들 위주였다. 그런데 독일은 베를린이나 뮌헨과 같은 유명 관광도시가 아닌 쾰른을 택했다. 지인은 “그곳에 헤르만 헤세의 생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소년 시절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자들은 단지 새로운 장소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장소에 목마르다. 예술이 발달한 도시 파리는 ‘흔적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레지구에는 레미제라블을 쓴 작가 빅토르 위고의 생가가 있고,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면 피카소와 반 고흐가 머물렀던 집과 오페라 카르멘을 쓴 조르주 비제의 집을 방문할 수 있다. 파리가 더욱 다채롭고 격조 높은 도시로 자리한 요소다.
한국에도 예술가의 생가를 보존해 놓은 곳이 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김유정 문학관, 충남 부여군에 있는 신동엽 생가, 충북 옥천에 위치한 정지용 생가 등이 그렇다. 제주도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이 지냈던 초가집과 그의 업적을 기리는 이중섭 미술관이 있다.
아쉬운 곳도 있다. 일제강점기 때의 시인 이상이 운영했다던 명동의 다방 ‘제비’나, 영화감독 이경손이 개업했던 한국인 최초의 일반 다방 ‘카카듀’ 등의 정확한 위치는 지금에 와서 모호해졌다. 잘 보존했다면 서울의 명소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사랑했던 문인, 예술가들의 흔적이 있는 곳들을 더 발견해 함께 누려보면 어떨까. 당장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을 파는 것에 그치기보다 어떤 장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선물하는 것. 그것은 한국 관광만의 강점이자 품격을 높여주는 소재가 될 것이다.
정창호 < 소쿠리패스 대표 > remie@soc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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