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상장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SDS는 이 회장 세 자녀가 나란히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열쇠로 여겨져 상장 전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투자업계에선 이 회장 세 자녀가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를 마련하고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엔 지분 매각보다 지분 스왑(교환)이나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 31일 공모가 확정·17일 상장…시총 15조 전망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오는 29일~30일 수요예측을 거쳐 31일에 공모가를 확정하고 내달 5~6일 사이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뒤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주당 희망공모가 밴드로 15만~19만원을 제시한 상태로 시가총액은 12조~15조원 규모다.
삼성SDS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22.8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삼성물산(17.08%), 삼성전기(7.88%) 등 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으로 11.25%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각각 3.9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앞서 투자업계는 이 회장 세 자녀가 삼성SDS 상장 후 지분 가치를 극대화시켜 시장에 매각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이 회장 보유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거액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삼성SDS 지분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장이 다가올수록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과거 사법적 이슈(헐값 BW 발행 논란)까지 제기됐던 삼성SDS 지분 취득 과정을 고려할 때 현금화를 통한 상속세 재원 확보는 순진한 예측이라는 이유에서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세 우려로 인해 삼성SDS 상장을 앞당겼다거나 현금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장 일각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회장 자녀들의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 회장 자녀들의 상속세 부분과 관련해 과대계상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상속세가 상당 부분 줄어든데다 5년간 연부연납할 수 있어 나중에 계열사 지분 확보 후 배당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단 것이다.
연부연납은 조세의 일부를 법정신고기한을 경과해서 납부할 수 있도록 그 기간을 연장해 주는 연납의 한 종류로 조세를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납부할 수 있다.
오 연구원은 "삼성SDS는 향후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배력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이 회장 자녀들이 지분을 당장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기 보단 그룹 내 홀딩스 설립 시 지분 스왑(교환)을 통해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 매각보단 지분 스왑·합병 가능성에 무게 실려
두산, SK그룹처럼 보유 지분에 대한 담보대출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너 일가 입장에선 당장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시장에 부담을 주기보단 그룹의 핵심적인 기업 지분으로 바꾸는게 더 좋을 것"이라며 "상속세는 분할납부할 수 있고 금융권 차입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전히 지분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스왑이나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어 에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 자녀들의 보유 지분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지라도 선결조건은 삼성SDS의 지분가치 극대화에 있다는게 투자업계 중론이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스왑 또는 합병하는 경우에도 결국은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재원으로 쓰이게 돼 삼성SDS 지분가치가 올라가야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오 연구원은 "삼성SDS는 언젠가 타 지분으로의 교환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지분가치 상승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재무적으로도 1조 이상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SDS에 대한 투자 매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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