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 기자 ] “사외이사들도 KB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차기 KB금융그룹 회장을 누구로 뽑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네요.”
회장선출의 마지막 관문인 최종면접을 하루 앞둔 21일 회장추천위원회의 한 사외이사가 전한 심경이다. 회추위는 KB금융의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늦었지만 정확한 상황 인식이다.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의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외이사의 운명도 결정된다.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일은 사외이사들이 그간의 실책을 만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결국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사심 없이 판단하는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목소리 큰 외부와 내부의 세력에 휘둘렸다는 뒷얘기가 나온다면 KB금융의 미래는 다시 나락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
한 사외이사는 “판세가 ‘1강 1중 2약’이라는 말이 돌더니 최근에는 ‘2강 2중’이라는 말도 들리지만 유혹되면 안 된다고 수없이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판세분석은 이번 회장 선거전도 예전과 같은 파워게임으로 만들어 영향을 미치거나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같은 사외이사들의 인식은 비록 늦었지만 길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KB 회장이 갖춰야 할 제일 큰 덕목은 ‘지주와 은행,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으로 분열된 조직을 융합시키고 KB금융의 미래를 열어갈 능력’이다. 후보들의 배경이나 정치적 고려에 휘둘린다면 더 큰 분란을 불러올 뿐이다. ‘외풍을 막을 추진력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양심에 따라 뽑으면 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외이사들의 소신 있는 선택만이 이런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KB금융 한 지점장은 “신물나는 은행 내 정치싸움을 몸을 던져서라도 종식시킬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뽑혀야 한다”며 “조직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있고 새로운 비전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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