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정부 빼고는 거의 없다. 과거 전셋값이 크게 뛸 때마다 비슷한 방안이 논의됐지만 한 번도 제대로 효과를 본 적이 없다. 전세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 전셋값은 17.5% 올랐고 수도권 일부에서는 40%나 폭등했다. 다시 3년으로 늘린다면 전·월세값은 더 오르고 전세 품귀는 더 심해진다는 것은 이제 거의 상식이다. 전세 2년 후 세입자가 원하면 1년을 연장할 수 있는 소위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이 지난해 검토됐다가 유야무야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런 판에 난데없이 법무부가 전세기간 연장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정부 내에서조차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아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토교통부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 이유는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희망사항을 법으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법제화했을 때의 파급효과나 부작용 등은 충분히 따지지도 않은 채 그저 바람직한 측면만을 떠올리며 이상을 실현하려고 든다. 최근 문제인 ‘단통법’이 대표적이다. 이미 경제민주화 관련 법과 동반성장정책 중에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적지 않은데도 이 모양이다.
소위 입법의 타락이요, 대중민주주의의 부작용이다. 정부도 정치권에 오염되는 모양이다. 법은 그야말로 엄정해야 하며 즉흥적 포퓰리즘에 휘둘려선 안 된다. 주택임대차 관련법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도외시하고 섣불리 손대다간 탈만 생긴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반복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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