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여권내 대권후보중 한명인 김태호 의원이 23일 당 최고위원직을 내던졌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에게 “국회가 뭘 하는 곳인지, 앞으로 뭘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사퇴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와 사전교감이 없었던 돌발행동으로, 그의 사퇴의 변(辯)조차 앞뒤 논리가 맞지 않고 ‘생뚱’맞기까기 해 그 배경을 놓고 온갖 억측이 쏟아졌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서청원에 이어 3위로 당 지도부에 입성한 김 의원이 선출직 최고위원이란 특권을 포기할 만한 이유가 선뜻 떠오르지 않아서다.
다소 두서없는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개헌론을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기싸움을 포함한 당청간 최근 갈등이 사퇴를 결행한 직접적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김대표가)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비난의 화살이 오롯이 김 대표에게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그는 이재오 의원과 당내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힌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당대표 최고회의에서 김 의원이 개헌 문제를 들고 나올 때 그걸 만류한 사람이 바로 김무성 대표”라며 “사퇴 후 밝힌 개헌 관련 입장에 납득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직 사퇴라는 극약 처방으로 오히려 개헌 논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개헌론을 꺼낸 든 것보다 이후 태도를 비난했다. 그는 “개헌 논의가 절박한 과제라고 얘기해야 하는데 상하이 출장에서 돌아와 꼬리를 내리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청와대가 그것을 갖고 딴죽을 건 것도 마음에 안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기국회에서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행동대장이 되겠다"며 ”국회가 역할을 다 한 후에도 개헌에 반대하면 내 공격 대상은 청와대"라고 강조했다. 최고위원직을 내던지면서 개헌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정가에서는 김 의원의 사퇴변들은 명분을 찾기 위한 ‘말잔치’일 뿐이고, 이미 총성이 울린 여권내 대권주자간 경쟁이 진짜 사퇴 배경이 됐을 것으로 분석한다.
최연소 기초단체장(40세)에 이어 광역단체장(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한 후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0년 국무총리후보직에서 낙마한 후 정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경남 밀양시 영어도시 유치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부탁을 받은 한 인사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비리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그는 19대 총선을 통해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대권주자 반열에도 다시 올라섰다.
하지만, 김무성 김문수 등 유력 주자들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이러다간 ‘대권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에 대한 정치권의 냉정한 평가다. 김 의원이 누구보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 대표는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개헌론을 꺼내들었고, 김 전 경기지사도 당의 보수혁신위원장으로 ‘개혁’을 주창하면서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사실, 개헌론은 자신의 슬로건이라고 믿고 있었던 김 의원으로선 당황스런 상황이다.
원희룡 남경필 홍준표 등 잠재경쟁자들이 자신과 달리 ‘자기정치'를 하면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김 의원의 조바심을 이끌었으며, 이번 결단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남경필 지사는 10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 뿐 김 의원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김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가 당내 권력지형에서 밀려나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에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러브콜’을 보내는 신호란 해석도 있다. 현재 여당내 대권주자들이 모두 비박 일색이다. 잠재적 대권후보중 친박계와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 이로 김 의원이 지목되고 있는데다, 그로서도 친박계와 청와대의 지지를 받게 되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된다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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