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입법' 민낯 드러낸 단통법] 法 폐지 요구 커지는데 '땜질 처방'만

단통법 개정안도 졸속 우려


[ 김태훈 기자 ] 시민단체인 컨슈머워치는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되고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더라도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존속하는 한 휴대폰 값을 내리기 어렵다”며 단통법 폐지 청원서를 27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도 단통법 수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가 아닌 일부 개정 의견만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 등은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보조금을 따로 공개하는 분리공시 도입을 요구했고, 배 의원은 분리공시 도입뿐만 아니라 보조금 상한제까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리공시를 도입하는 단통법 해법에 대해서는 소비자 요구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통법 시행 후 정부 규제로 휴대폰 실구매 가격이 올라갔는데도 도리어 규제를 강화하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9월 말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반대로 법 시행 직전 삭제된 조항이기도 하다.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은 “시장가격을 공지하라고 못박은 단통법이 존속하는 한 분리공시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들의 경쟁이 촉발될 동기가 부족하다”며 “과잉규제를 불러온 단통법을 폐지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2년 약정 요금할인폭 확대, 단말기 가격지수 개발 등의 제안도 나왔다.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2년 약정 가입자에 대한 요금할인 혜택을 2배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일본 NTT도코모는 최근 국내 통화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2700엔(약 2만7000원)에 출시했는데, 한국도 2년 약정 요금 할인폭을 현재 25%에서 5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내외 단말기 가격을 비교하는 지수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의원은 “국내외 단말기 가격 차이가 계속 지적되기 때문에 빅맥지수와 같이 과학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일명 ‘갤럭시 지수’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외 조사기관별로 천차만별인 통신요금 통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권 의원은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만 의존하기보다 지수별로 세부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외국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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