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까지 4.8초, 큰 차체 대비 연비도 좋아
[ 정인설 기자 ]
생긴 지 100년이 된 만큼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카드면 더 좋았다. 마세라티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기블리 디젤을 내놓은 배경이다.
기블리 디젤(사진)은 가솔린 엔진만 고집하던 마세라티가 100년 만에 디젤 엔진도 만들 수 있다는 대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고성능을 표방하는 브랜드인 만큼 가솔린 엔진만 있으면 될 것 같았지만 마세라티도 디젤 기술의 발달을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기블리 디젤과 콰트로포르테 디젤을 내놓았다. 콰트로포르테는 정통 세단이다. 기블리는 세단에 스포츠카 느낌을 섞었다. 기블리가 콰트로포르테보다 빠르고 날렵하다.
기블리 디젤은 예상과 달리 무척 조용했다. ‘이탈리아 디젤 기술도 독일에 뒤지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음과 진동이 없었다. 6기통 3.0L 터보 디젤 엔진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운전대는 생각보다 컸지만 운전석과 함께 편안한 느낌을 줬다. 독일차들이 딱딱한 승차감으로 긴장감을 주는 반면 기블리는 ‘긴장 풀어’라고 얘기하듯 푹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중해의 바람’을 뜻하는 기블리 이름이 그냥 지어진 게 아니었다. 그러나 엔진소리는 마세라티답게 힘찼다.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출발하니 튀어나가는 반응이 빠르다. 초반 가속도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최대토크다. 기블리는 61.2㎏·m다. 다른 대기차량을 제치고 교차로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가는 데 무리가 없다. 기블리 디젤의 힘은 가속페달을 힘껏 밟을 때 느낄 수 있다. 사륜구동인데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4.8초에 불과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운전자를 조여주는 독일차와 달리 기블리 디젤은 가속해도 변화가 없다.
차체가 낮아 적응하는 데 어려울 것 같았지만 지하주차장 진입로와 과속 방지 턱만 조심하면 초보 운전자라도 쉽게 다룰 수 있다. 급가속을 하며 고약하게 시내를 운전했는데도 연료 게이지는 여간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서울 면목동에서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 등을 거쳐 광화문까지 오는 데 평균 연비는 11.8㎞/L. 인증받은 복합연비(11.5㎞)보다 높게 나왔다.
마세라티 차량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9890만원 차량이지만 겉보기엔 더 비싼 고급 차량에 뒤지지 않는다. 긴 보닛과 지붕으로부터 흘러내려오는 차체 라인은 짧은 뒷태와 함께 마세라티 특유의 디자인 그대로다. 최고급 가죽 소재인 폴트로나 프라우로 실내가 덮여 있어 안락함이 더했다.
● 기블리 디젤 제원
배기량(cc) : 2987
길이x폭x높이(㎜) : 4970×1945×1455
최고출력(마력/rpm) : 275/4000
최대토크(kg·m/rpm) : 61.2/2000~2600
최고시속(㎞) : 250
복합연비(km/L) : 11.5
가격(만원) : 9890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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