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경제 '꿈틀'
錢主가 전당포 운영
아파트사업에 수익형 투자…집단소유권·인센티브 도입
체제 유지용…개방엔 한계
[ 김대훈 기자 ]
북한 당국이 사금융 및 장마당 거래 활동에 세금을 매기기 위한 금융개혁을 준비하는 등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28일 서울 연세대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 세미나에서 “북한에선 돈주(主)라고 불리는 초기 형태의 자본가가 전당포를 운영하고 아파트 건설사업과 식당 등 이권사업에 수익 추구형 투자를 하는 활발한 금융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맹아(萌芽) 수준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군사 부문이 비대하고 체제 유지가 우선인 북한의 특성상 빠른 시일 내 북한 경제제도가 자본주의적 시장으로 이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임 실장은 ‘북한 사금융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김정은 체제로 들어선 북한에서 돈주가 소비문화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사금융이 활발해진다는 점은 곧 북한 당국이 재정 확충 등을 위해 금융개혁을 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개혁의 제도적 방향은 소득세 공식화나 국채 발행을 위한 은행 개설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시장경제를 점진적으로 실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이 평양에서 고급 소비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애쓰는 건 지지계층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밖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라며 “북한은 2012년 6·28방침 등을 통해 농장과 기업소에서 소규모 집단소유를 인정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단계적인 개혁 정책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정책의 관건은 사회주의 정책을 고수하려는 기존 입장과 경쟁적인 시장제도 가운데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최고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조호길 교수는 중국과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을 비교하면서 최근 북한의 시장주의 도입 움직임은 한계점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김정은은 김정일 유훈통치의 맥락에서 개혁개방의 논리를 찾으며 경제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내 북한 전문가인 미무라 미쓰히로(三村光弘) 환일본해경제연구소 연구부장은 “북한이 자본주의 제도를 도입하려는 목적도 결국은 체제 유지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북한이 추구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이 외국과의 합작투자에 있어선 불리한 요소”라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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