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여야 지도부 회동] 朴 "여야 머리 맞대면 못 할일 없다"…文 "경제박사 다 되셨다"

입력 2014-10-29 23:14  

국회서 1시간 대화…뚜렷한 성과는 없어

예산안·세월호 3법·김영란법 처리 등 공감
공무원연금 개혁안·4대강 국조 등엔 이견



[ 이정호/은정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9일 만남은 1시간여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인 12월2일까지 처리하기로 하는 등 일부 사안에서는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등 민감한 쟁점을 놓고는 여야가 서로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야당 신임 지도부의 진용이 갖춰진 뒤 이뤄진 첫 여·야·청 3자 만남이었던 만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주로 야당의 발언을 들었다.

◆대통령 “경제활성화에 최우선”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한 뒤 회동 장소인 귀빈식당으로 갔다. 박 대통령은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라고 테이블을 줄인 것 같다”며 “마음을 열고 좋은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은 경제활성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편성했다”며 “단순한 재정 확대가 아니라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민간(부문)이 너무 힘이 빠져 있어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호주,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FTA를 체결했다 하더라도 늦게 체결한 다른 국가가 먼저 비준을 서둘러 해버리면 우리 수출기업이 굉장히 힘들어진다. 이제는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며 “어떻게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해결 못할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활성화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경제박사 다 되셨나 생각했다”고 한 뒤 “경제 체질도 개선하고, 서민이 웃고 서민이 편안해지는 게 경제활성화의 요체인데 ‘초이노믹스’라고 불리는 최경환 부총리 식의 경기부양책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통즉불통 불통즉통’이라고 했다. 국가도 유기체인데 기와 혈이 통하면 병이 나지 않는다”며 “오늘 같은 기회가 자주 여러 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하지만…”

이후 비공개로 이어진 만남에서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세월호 관련 3법(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처리와 방위사업 비리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양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회동 직후 발표한 15개항의 합의 사항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을 법정 시한에 맞춰 처리하고, 세월호 관련 3법은 여야 기존 합의대로 이달 말까지 통과시키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이른바 ‘김영란법’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신속하게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여야 지도부는 “정무위원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새정치연합은 전임 정부의 자원 외교와 4대강 사업, 방위사업 부실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방위사업 비리만 강력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 위원장이 “합법적인 감청은 국가 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그 범위를 넘는 과도한 감청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한 데 대해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공감을 나타냈다. 또 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이 당론 발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과 관련,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충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께서 야당 지도부와 만나 대화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 달라”고 요청했고, 문 위원장은 “공공기관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은정진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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