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수술비 50% 할인 믿어도 될까?

입력 2014-11-04 21:15  

인사이드 스토리 - 중·대형 병원 불황 속 반값공세

기업·아파트 단지와 협약
VIP카드 지급 '진료비 덤핑'
SNS 통해 할인쿠폰 발급도

적정진료 받을 수 있을지 의문



[ 이준혁 기자 ] 인천 서구 나은병원은 최근 ‘폭탄 상품’을 내놨다.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비용으로 53만원을 책정한 것이다. 갑상샘 초음파검사에 위·대장내시경, 뇌·폐·심장·척추 검사를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까지 모두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서울·수도권의 다른 병원에서 이 조건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려면 100만원이 넘게 든다. 나은병원 검진센터 관계자는 “대장내시경과 경동맥초음파를 뺀 건강검진 수검자에게는 ‘특가(特價)’인 33만원의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 병원 중심 가격파괴

최근 수도권에서는 대형 전문병원들이 건강검진을 많이 받는 시기에 맞춰 종합건강검진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검진 대상자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으로 몰리자 규모가 있는 전문병원들이 건강검진센터 운영을 위해 저가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

인천 서구 온누리병원도 그 중 하나다. 이 병원은 겨울철 종합건강검진 시기에 최대 60% 할인한 비용으로 110개 항목의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원래 비용은 140만원이지만 할인하면 60만원 선에 받을 수 있다.

가격 파괴 현상은 성형외과와 피부과·치과 등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보톡스 시술이 대표적이다. 이 시술은 지난해만 해도 부위당 평균 20만~30만원대였다. 하지만 최근 강남권의 대다수 성형외과에선 5만원대에 시술해주고 있다. 부위당 평균 80만~100만원대의 필러시술 역시 20만원대 초저가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강남 M클리닉 관계자는 “수술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검사를 최소화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대폭 줄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유앤아이아덴스치과는 임플란트 치료 시 잇몸뼈가 약한 환자에게 필요한 뼈 이식 비용을 50% 낮췄다. 기존 30만원에서 15만원으로 파격 할인에 나선 것. 이 치과는 몇 달 전부터 임플란트 시술도 90만원에 해주고 있다. 종전까지는 150만원이었다.

치과 관계자는 “강남에 워낙 경쟁 업체가 많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내놓게 됐다. 하지만 (임플란트) 한 개만 식립하는 게 아니라 보통 여러 개를 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적자가 나는 ‘할인 이벤트’는 아니다”고 말했다.

50만원대 라식…전국으로 확산

강남권의 유명 한방병원 한 곳도 최대 50%를 할인하는 ‘척추디스크 스마트케어 특가이벤트’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50만원대 라식수술을 광고하는 안과도 생겨났다. 라식수술은 도입 초기 300만원대까지 시술비가 치솟았다가 불황으로 평균 100만~15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병원들의 진료비 할인은 서울·경기도·인천·대구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요즘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할인쿠폰을 발급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부 병원은 인근 지역의 기업·아파트단지 등과 협약을 맺고 건강검진비·진료비를 많게는 50~60%까지 깎아주고 VIP카드를 발급해 우대 혜택을 준다. ‘진료비 덤핑’이다.

부작용 최소화가 관건

이런 저가 마케팅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 파괴 경쟁이 의료시장 질서를 망가뜨리고 의료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M피부과 원장은 “보톡스가 부위당 5만원이라면 현실적으로 중국산 저가 원료를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질 낮은 원료를 쓰면 감염 위험이 높고 시술 부위가 울퉁불퉁하게 변한다”고 지적했다. K안과병원 원장은 “라식수술은 정교함이 정말 중요한데, 50만원대 수술을 하는 병원이 어떻게 10억원대 최신 기계를 갖출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저가 경쟁을 규제할 방법은 없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시술항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료비 경쟁을 막을 수 없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병원이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불필요한 치료를 유도하거나 저질 재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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