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허 제외' '유보 조치'…자동차·LCD 반나절 좋다 말았네

입력 2014-11-10 15:20   수정 2014-11-10 16:24

자동차와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각각 '양허 제외'와 '유보 조치'를 받으면서 10일 국내 증시에 혼란을 가져왔다.

당초 최대 수혜 업종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예상과 달리 관세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전망이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가 실망한 모습으로 돌아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중FTA 타결에 따른 막연한 기대보다는 각 업종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자동차, '양허 제외' 소식에 상승폭 일부 '반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민대회장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는 연내 세부사안의 협상을 마무리한 뒤 FTA 협정문안을 작성해 양국 수석대표간 가서명하는데 이어 내년초 관계장관간 정식서명을 거쳐 FTA를 발효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동차는 양국 모두 양허제외됐으며 LCD(액정표시장치)의 경우 10년 철폐로 합의됐다.

이 소식은 당장 시장에 혼란을 줬다. 이날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은 완성차 업체들은 장중 한 때 4% 가까이 주가가 올랐지만 '양허 제외' 소식에 상승폭을 낮췄다.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2.78% 오른데 그친 16만6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자동차 부품사 역시 장중 10% 가까이 급등하는 등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대부분 2~3%대 상승으로 마감했다.

이현수 LIG투자증권 연구원 "완성차만 제외인지 부품사도 제외인지 등 시장에서 명확하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FTA에 따른 수혜 업종을 세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자동차주와 부품주들의 상승은 FTA 기대감에 오른 것인지 최근 과대낙폭 때문에 추가 매수가 들어온 것이 확실하지 않다"며 "당분간 장세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허 제외에 따른 실망 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부품주들 주가는 최근 과대 낙폭돼 있었던 상태"라며 "FTA 소식이 나오면서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지만 양허 제외 소식에 실망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FTA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에 주가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최근 배당, 과대낙폭 등 주가 상승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자동차가 양허 대상에서 빠진 것은 중국 현지 생산이 많은 국내 기업들의 현실과 관세가 철폐될 경우 세계적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는 자동차업계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디스플레이, 10년 유예 기간…긍정적 영향 제한적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한·중FTA 타결 소식에 한껏 부풀어 올랐다가 바람이 빠져버렸다. 이날 LG디스플레이는 장중 5% 넘게 급등했지만 LCD 분야에서는 10년 유예 기간을 두고 관세를 철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3% 오르는데 그쳤다.

투자업계에선 10년 유예 기간과 업체들의 현지 생산 체제 구축 등을 감안할 때 한·중FTA 타결이 디스플레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최지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중FTA 협상 타결이 디스플레이 업종에 긍정적 소식인 것은 맞지만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10년 기간을 두고 관세를 없애기로 한 만큼 긍정적 강도는 천천히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가 당장 철폐되는 일부 업종의 경우 단기간에 영향이 크게 발생할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 는 10년이란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영향도 제한적이며 천천히 올 것이란 게 최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또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대표주들은 중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중국에서 생산하는 주력 제품은 기존에도 '무관세'였다"고 설명했다.

10년의 유예기간 후 관세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에 따른 헤택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일부 제품에 국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중FTA 협상 타결에 따른 디스플레이 업종 수혜는 제한적"이라며 "이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원은 오히려 한·중FTA보다는 디스플레이 업황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이 관련 업체 주가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권민경/ 노정동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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