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와 강정호, 넥센 핵타선의 '멜트다운'

입력 2014-11-12 06:24  


리그 최강 4·5번 '불방망이', 삼성 마운드 높이에 무장해제
결정적 실책도 나란히…MVP 후보들, 가을야구 쓸쓸한 퇴장

넥센 히어로즈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던 쌍포 박병호와 강정호가 끝내 침묵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 각각 4번 타자 1루수,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단 하나의 안타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팀의 대패와 삼성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이날 패배로 넥센은 시리즈 전적 2승 4패를 기록, 신화 같은 도전을 마무리했다.

정규시즌에서 92홈런 241타점을 합작한 박병호와 강정호는 한국시리즈에 와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에서 각 20타수 3안타(타율 0.176)와 17타수 1안타(타율 .059)의 빈공에 그쳤다.

그나마 '손맛'은 봤다. 박병호는 팀이 1 대 7로 패한 2차전에서 솔로 홈런을, 강정호는 1차전 승리를 이끈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박병호의 홈런은 승패에 영향을 가져다주지 못했고 강정호는 홈런 이후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타석에서의 부진은 수비까지 이어졌다. 강정호는 5차전 9회말 나바로의 평범한 타구를 놓치며 끝내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8회말 조기투입된 손승락이 무사만루를 무실점으로 막고 9회까지 버티며 한 점 차 리드를 지키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강정호에게 이 실책은 이날 경기 자신의 두 번째 실책이기도 했다.

강정호는 6차전에서도 4회초 이지영의 타구를 놓치며 후유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규시즌 117 경기에서 9개의 실책만을 기록한 국가대표 유격수가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3개의 실책을 범하며 흔들린 것이다.

시즌 중반까지 강정호와 홈런왕 대결을 벌였던 박병호도 마찬가지였다. 박병호는 6차전 6회초 김상수의 희생번트를 잡으려다 미끄러지며 실책을 범했다. 그리고 삼성이 도망가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또 야마이코 나바로였다. 점수는 순식간에 1 대 7로 벌어지며 사실상 승부가 기울고 말았다.

박병호는 넥센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담당'하며 완벽하게 비극의 희생양이 됐다. 9회말 타석에서 삼성 마무리 임창용과 10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며 명예회복을 노렸던 박병호는 결국 외야 뜬공으로 물러나며 올 시즌 야구를 마쳤다. 승부처에 상관없이 반드시 안타를 기록하고 싶다던 그였다.

대기타석에서 몸을 풀던 강정호 역시 쓸쓸히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오늘의 넥센 히어로즈를 견인한 두 영웅이 너무나도 작아지던 순간이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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