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미현 기자 ] 간(肝)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 의료장치인 ‘바이오 인공 간’이 국내에서 환자 치료에 처음 사용됐다. 바이오 인공 간은 돼지 간세포를 이용해 환자 혈액에 축적된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혈액응고인자 등을 공급하는 ‘간 기능 보조장비’를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석구·권준혁·김종만 교수팀은 최근 B형 간염에 의한 급성 간부전으로 4등급 간성뇌증(혼수상태)에 빠진 54세 남성 환자에게 11시간에 걸쳐 바이오 인공 간 시술을 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급성 간부전은 간질환 병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서 심한 간 기능 손상이 나타나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암모니아가 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뇌로 운반돼 혼수상태에 이르는 간성뇌증이 함께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간성뇌증이 동반된 급성 간부전 생존율은 10~25%에 불과하다.
유일한 해결책은 간 이식이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간 이식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간 이식을 받더라도 수술 전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망가진 간이 해독하지 못해 쌓인 독성물질이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바이오 인공 간 시술이 성공하면서 이 같은 문제들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의료진은 국내 기업인 라이프리버사의 바이오 인공 간을 썼다. 시술을 받은 뒤 간 질환 합병증인 뇌병증이 완화됐고, 혈중 암모니아 농도도 감소했다. 상태가 안정되자 뇌사자 간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환자는 간 이식을 받고 20여일 만에 퇴원했다.
의료진은 앞으로 연구 결과에 따라 급성 간부전 환자의 간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바이오 인공 간이 간 기능 전부를 대신하도록 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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