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디자이너들에게 자유를 줘라"

입력 2014-11-13 20:55   수정 2014-11-14 03:53

인터뷰 -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창립자 피터 젝 회장

디자인의 가치는 숫자로 매길 수 없어
장기적 시각으로 투자를



[ 민지혜 기자 ]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최대 규모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창립자 피터 젝 회장은 “디자인을 심사할 때에는 제품의 품질이나 매력, 실용성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도 다하고 있는지를 본다”며 “개인적으로는 기아자동차와 LG전자 디자인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1992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지금까지 서울에만 50번가량 왔다는 그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매우 창의적이고 경험이 많기 때문에 세계에서 활동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디자인은 비용 아닌 투자”

젝 회장은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지만, ‘디자인에 얼마를 투자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답을 안한다”며 “디자인을 비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은 숫자로 매길 수 없는 가치로 감정적인 결과물이자 접근법이기 때문에 장기적 시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젝 회장은 또 “디자이너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매우 창의적이고 동시에 유연성을 갖췄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훌륭한 디자인 상품을 만들 능력이 있다”며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숫자라는 잣대만으로 평가하려 들면 더 큰 이익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가는 디자이너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며 “젊은 디자이너들이 좀 더 창의적으로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젝 회장은 “사업 전략을 짤 때도, 회사를 경영할 때도, 제품을 만들 때도, 외부 기관과 협업을 할 때도 디자인 경영이 필요하다”며 “특히 브랜딩 전략을 짤 때 디자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 기술에 열린 마음 가져야”

젝 회장은 “좋은 디자인은 창의력뿐만 아니라 기술에 대한 이해력도 갖췄을 때 나오는 것”이라며 “새로 나오는 기술을 잘 습득해 나만의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예술가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하면 되지만 디자이너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예술가가 되는 것보다 좋은 디자이너 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성공한 디자이너는 늘 깨어 있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람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젝 회장은 “멋진 모양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라 새 기술에 열린 마음을 갖고 빅데이터 시대에 소프트웨어도 이해하는, 그래서 여러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사람이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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