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탄나는 무상복지, 이럴 줄 몰랐나

입력 2014-11-14 20:51  

무상복지가 결국 여기저기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어제 내년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증액분에 들어가는 1182억원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복지예산의 10~30%를 부담하는 구청들이 관련 예산 편성을 보이콧함에 따라 내년 무상복지는 대란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국고보조사업에 구비 부담금을 반영하면 사회기반 시설 유지관리비조차 확보할 수 없다”는 게 구청들의 주장이다. 무상보육 국비 지원율 인상(20%에서 40%로) 등을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무상복지에 두 손 든 건 구청들만이 아니다. 서울 등 일부 교육청들도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을 내년에 3개월분만 지원하겠다고 이달 초 밝혔다. 경상남도는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와중에 서울 경기 강원 전북 등 몇몇 교육청들은 지난 1년간 무상급식 예산을 늘리느라 외국어나 과학교육 등 순수 교육예산을 최대 90%까지 깎았다고 한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간 재원부담을 놓고 핑퐁을 치는 사이에 무상복지가 파탄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사실 뻔히 예상됐던 결과다. 처음부터 지속가능성 없는 포퓰리즘의 남발이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지출은 올해 약 22조원, 2017년 30조원가량으로 늘지만 카드빚 돌려막기 식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이 부족해 2015년도 예산에서 끌어 썼고 지자체들은 지방채 발행으로 겨우 돈을 마련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된 데는 여야, 지자체, 교육청 모두가 책임이 있다. 결코 공짜일 수 없는 것을 마치 공짜인 것처럼 기만했던 것부터 문제였다. 이제 그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보편적 복지 아닌 선택적 복지, 서민 복지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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