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부동산 立法] 시장 살릴 '부동산 3法' 가로막고…野 '임대료 규제 3法' 꺼냈다

입력 2014-11-14 20:58  

부동산 시장 '쇼크' 우려

세입자 계약갱신 청구권 → 전월세 급등 불보 듯
전월세 전환율 규제 → 보증금 올라 서민만 피해
신혼부부 임대주택 → 노인·장애인 주거복지 타격



[ 김보형/이현일/은정진 기자 ]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등 ‘부동산 3대 쟁점 법안’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이 14일 들고 나온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전환율 규제(기준금리+연 2%)’ ‘신혼부부 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은 재원 부족과 역차별 문제는 물론 임대료를 왜곡시켜 오히려 전·월세난을 부추기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대료 규제→집주인 이익 감소→임대주택 공급 축소→임대난 심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임대주택의 95%에 달하는 민간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규제하자는 것은 ‘전세난으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규제는 전·월세 급등 초래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간 거주한 세입자가 한 차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제도다. 이 청구권이 도입되면 최대 4년간 임대료 규제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전·월세 가격의 단기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주인들이 제도 시행에 앞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뒤 임대료가 향후 4년간 묶일 것을 예상해 기대 이익을 앞당겨 반영, 새 임대차계약을 맺는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세입자와 2년 임대차계약을 한 차례 더 맺더라도 나중에 새로 들어온 세입자는 4년간 오른 임대료를 한꺼번에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전세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첫해인 1990년 전셋값 상승률은 10%를 웃돌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임대료를 올리기 위해 자기 집을 전세로 놓고 다른 곳에서 전세로 사는 전국 83만여가구가 ‘내 집에 살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내면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가 실제로 지급하는 임대료보다 낮은 임대료에 임대차 계약을 맺는 등 ‘이면 계약’이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간 건축비 상승률 안에서 월세를 올릴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제하는 프랑스에선 집주인이 1년치 월세에 육박하는 보증금을 미리 받고 소득이 많은 보증인이 있어야 집을 빌려주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세금을 월세로 낼 때 적용하는 이자율(전·월세 전환율)을 시중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리(연 4%) 수준으로 낮출 경우 반대로 보증금이 올라가 저소득층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늘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부작용을 줄이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재원·역차별 논란 신혼부부 주택

‘신혼부부 임대주택 100만 가구 공급’도 재원 마련과 더불어 다른 저소득층과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신혼부부에게 무조건 집 한 채 주겠다는 공약이 지켜질 수 있는 공약이냐”고 반문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도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으로 특별공급, 주택자금 지원, 행복주택 등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다른 주거취약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재원도 빠듯하다”고 지적했다.

‘신혼부부 집 한 채씩 제공’ 정책을 내놓은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도 기자회견을 하고 “무료 제공이 아니라 다가구 주택은 한 달 20만~30만원, 소형 아파트는 50만~60만원씩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첫 단계인 임대주택 3만가구는 국토부 예산 2400억원 정도면 충분하고 국민주택기금 여유자금이 15조원 이상 있다. 그 중 3조원 정도를 먼저 쓴다고 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임대주택 예산으로 쓰겠다는 국민주택기금 15조원은 나중에 지급해야 하는 예비금으로 잠자는 돈이 아니다”며 “신혼부부 임대주택에 3조원을 쓰면 노인과 장애인 등 다른 저소득층 주거복지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김보형/이현일/은정진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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