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氣살리는 기업문화] 비데 전시장서 파티…'1일 DJ'로 끼 발산…회사 로열티 커진다

입력 2014-11-14 21:02   수정 2014-11-28 18:01

中企도 기업문화가 경쟁력

삼홍테크, 현장직-관리직 교대…직원간 소통 '쑥쑥'
태평양물산, 사원증 色 5개로 나눠…자기만의 비전 표현



[ 김용준/민지혜/안재광 기자 ]
인재 이탈을 걱정하는 회사는 휴온스만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5년간 매출 증가율이 높은 50개 상장사(대기업 계열사 제외)를 조사한 결과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5년을 넘는 회사는 8개에 불과했다. 대부분 회사들은 직원 근속연수가 평균 2~3년에 그쳤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직원 이탈이 많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우수한 인재들이 다니고 싶은 직장’을 만들고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기업과 정보기술(IT)기업의 전유물이었던 기업문화 혁신이 중소·중견 제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소통하고 즐기며 일하기

비데를 만드는 삼홍테크 청주공장 직원 10여명은 지난 9월 서울 본사로 올라와 이틀을 보냈다. 본사 직원 20명은 같은 시간 공장으로 내려갔다. 현장과 본사 관리직 직원들이 맞바꿔 업무를 경험하는 ‘펀 셰어링’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처음에는 낯선 업무와 자리에 직원들이 많이 당황했다. 하지만 만족도는 예상했던 것보다 높았다. 서로 하는 일 없다고 생각했던 오해를 풀고, 업무 처리도 자연스러워졌다. 프로그램 참가자 중 일부는 공장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 보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설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이 회사 직원들은 얼마 전 회사의 핵심가치와 비전(청사진)을 정하는 과정에서 투표를 했다.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안을 가지고 격렬한 토론을 하다 톤을 부드럽게 할 것인지, 강하게 할 것인지를 놓고 투표한 것이다. 권지혜 삼홍테크 대표는 “회사의 핵심가치를 결정하는 데 투표까지 하는 것은 우스운 일처럼 들릴 수 있지만 대기업만큼 월급을 줄 수 없다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게 함으로써 내 회사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삼홍테크는 또 두 달에 한 번꼴로 파티를 연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전시장에서 비데와 욕실을 옆에 놓고 술 마시고, 춤을 춘다. 권 대표는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고경영자(CEO)가 할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컨설팅 업체 더랩에이치의 김호 대표는 “조직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은 조직원들이 서로가 처한 상황과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변화에 적극적인 사람들부터 시작해야 하고, 리더가 이를 주도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삼홍테크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원증이 나의 비전”

침구류 ‘소프라움’과 구스다운 ‘프라우덴’을 만드는 섬유업체 태평양물산 직원들은 이달 초 사원증을 새로 받았다. 단순한 신원증명용이 아니라 자신의 비전을 표현하는 사원증이다.

직원들은 지금 하는 업무와 무관하게 앞으로의 비전에 맞게 글로벌, 디자인과 연구개발(R&D), 품질, 생산력, 실행력 등 다섯 가지 범주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사원증마다 색깔도 다르다. 품질은 정직과 성실을 의미하는 녹색, 글로벌은 도전과 탐구를 보여주는 파란색, 디자인과 R&D는 개성과 모험심을 뜻하는 노랑, 실행력은 창조적인 보라, 생산력은 정열적인 빨강 등으로 표현했다.

이 회사에서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황지혜 씨는 “지금은 내수시장에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해외로 나가겠다는 비전을 갖고 글로벌을 택했다”고 말했다. 회계업무 담당자가 품질을, 전략기획팀 직원은 디자인과 R&D를 택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또 매주 금요일 오전에 10분씩 ‘일일 DJ’를 할 수 있는 ‘비타민 쇼’를 운영 중이다. 방송을 맡은 직원이 시를 읽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퀴즈를 내는 등 본인이 원하는 대로 방송을 할 수 있다. 방송 마지막에 다음 DJ를 지목한다.

이런 신나는 기업문화 만들기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주니어포럼’에서 나왔다. 각각 다른 부서의 사원 12명으로 구성된 주니어포럼은 사장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김용준/민지혜/안재광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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