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안방극장 트로이카'
누나·엄마·여인상으로 사랑받아
96년 '공주는 외로워'로 제2전성기
[ 김인선 기자 ]
40여년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연기 활동을 펼쳐온 배우 김자옥 씨가 폐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16일 별세했다. 향년 63세.
김씨의 소속사 소울재커는 16일 “고인은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았으며 최근 암이 재발해 항암 치료를 해왔으나 지난 14일 저녁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며 “사인은 폐암에 따른 합병증”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1951년 부산에서 시인이자 고교 음악교사였던 김상화 씨의 2남5녀 중 셋째딸로 태어났다. 1970년 MBC 공채 2기 탤런트로 정식 데뷔했고, 아담한 미인형이었던 덕에 1970년대 청춘의 아이콘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데뷔 후 연기자와 성우를 겸업했던 김씨는 1974년 MBC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계절’로 한국방송대상 성우상을 받았으며, 1975년에는 드라마 ‘수선화’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최우수연기상, 아시아영화제 우수배우상 등을 잇달아 받았다.
‘보통여자’ ‘O양의 아파트’ ‘영아의 고백’ 등 영화와 ‘모래 위의 욕망’ ‘사랑과 진실’ ‘유혹’ ‘은빛 여울’ 등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배우 김영애, 한혜숙 씨와 더불어 ‘1970년대 안방극장의 트로이카’로 불리며 맹활약했다.
1980년 가수 최백호 씨와 결혼하며 연예계를 떠났다가 2년 후 KBS 드라마 ‘사랑의 조건’으로 복귀한 뒤 이듬해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다. 1년 뒤 듀엣 ‘금과은’의 오승근 씨과 재혼해 지금까지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살아왔다.
김씨는 이후 따뜻하고 푸근한 어머니상을 보여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1996년에는 가수 태진아 씨의 권유로 음반 ‘공주는 외로워’를 내고 가수로 활동했다. 이 음반은 60만장 이상 팔리며 인기를 얻었다.
고인은 대장암 수술 후에도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지붕뚫고 하이킥’ ‘오작교 형제들’ ‘세 번 결혼하는 여자’와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전통 뮤지컬 ‘봄날은 간다’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대중과 호흡해왔다.
고인은 지난해 한 토크쇼에 출연해 “암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병이라 절망적일 필요가 없다”며 “나중에 더 나빠지면 그때를 위해 긍정적으로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활동하던 김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동료 배우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성모병원 빈소에는 나문희, 송도순, 이성미, 윤소정, 주원 씨 등 선후배, 동료 연예인들이 찾아와 고인의 넋을 기렸다.
유족으로는 남편 오씨와 1남1녀가 있으며, 김태욱 SBS 아나운서가 막내동생이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14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경기 분당메모리얼파크. 02-2258-5940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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