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공무원·동료 의원들 줄줄이 찾아와
"카톡으로 보내놨으니 잘 챙겨달라" 읍소
[ 고재연 기자 ]
2015년 정부 예산안을 최종 확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16일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춘석 의원실은 ‘민원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이미 증액해 놓은 예산이 예산안조정소위에 올라가면 잘 ‘지켜 달라’는 부처 공무원부터 ‘지역 예산’을 들고 오는 타 상임위원회 동료 의원들까지 각양각색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예산 심의를 시작하고 난 뒤) 한 시간에 10명꼴로 하루 100명은 족히 넘는 이들이 ‘민원거리’를 들고 찾아온다”며 “주로 상임위원회에서 증액해 놓은 자신들의 예산을 깎지 말고 잘 지켜 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기업 임원 A씨도 지난 14일 이 의원실을 찾았다. A씨는 이 의원실 보좌관에게 “상임위에서 증액한 500억원가량의 예산 내역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놨으니 잘 좀 지켜 달라”고 말했다. A씨는 “(새누리당 예결특위 간사인) 이학재 의원실에서는 긍정적으로 말했다”며 “(예산안) 감액 부분에 대해서는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다루지만 증액 부분은 기획재정부 관계자, 여야 예결위 간사, 국회 수석전문위원끼리만 심의하니 잘 챙겨 달라”고 부탁했다. 여야는 예산 심의 기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예산을 추가하는 증액 부분은 여야 간사에게 모두 맡기기로 합의했다. ‘밀실 심의’인 만큼 증액 심의는 속기록에 남지 않는다.
‘지역 예산’을 챙기기 위한 각 상임위원회 간사들의 행렬도 줄을 이었다. 국토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성호 새정치연합 의원의 보좌진은 이날 두 차례나 이 의원실을 방문해 “(상임위원회에서 증액한) 지역예산 내역이니 잘 확인해 달라”고 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사업비를 책정하다 보니 같은 부처라 하더라도 부서 간 예산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인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부처에 책정된 예산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A부서에서 찾아와 ‘B부서 사업보다 우리 사업이 더 시급하다’며 경쟁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인 야당의 모 의원실 관계자는 “찾아오는 민원인이 많아 모든 보좌관, 비서관이 이들을 맡아 요청사항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 예산 심의가 끝난 뒤 시작되는 예산안조정소위는 실질적인 예산 확정 단계다. 기재부 관계자, 여야 예결위 간사, 국회 수석전문위원 등이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예산을 두고 실제 예산 수치를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에서 증액한 예산이 다시 깎일까 민원인들은 ‘잘 지켜 달라’고 여야 간사에게 매달린다.
예산안 심의는 국회의원 ‘한철 장사’라 표현하기도 한다. 지역구 예산을 누가 더 많이 챙기느냐가 그 어떤 선거운동보다 ‘생색내기’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상임위 예산 심의가 끝난 뒤 확보한 예산에 대해 ‘깨알’ 자랑을 하기도 한다.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대전 대덕구)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전산업단지 재생사업, 대전~세종 광역교통정보기반 확충사업(UTIS) 등 대전 대덕구 관련 사업 예산을 당초 반영액보다 305억원이나 증액한 747억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김동철 산업통상자원위원장(광주 광산갑)도 산업부 예산 중 광주 지역 예산을 392억원 증액했다고 발표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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