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고공 행진'…올들어 시가총액 4조弗 늘어
[ 이심기 기자 ]
애플의 시가총액이 러시아 전체 증시 규모를 넘어섰다. 미국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지난 14일 주가가 114달러를 돌파하면서 시가총액이 6696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세계 20위권인 러시아 증시 전체 시가총액 5310억달러보다 1386억달러 많은 규모다.
◆기업 하나가 웬만한 신흥국 증시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올 들어 아이폰6의 성공 등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1470억달러 증가해 미 상장기업 중에서도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제재와 유가 하락, 기업실적 악화와 루블화 약세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통신은 모스크바 현지 투자회사 펀드매니저의 발언을 인용, “대부분 국영인 러시아 기업의 열악한 지배구조와 부진한 실적, 높은 자금조달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러시아에 투자하라고 설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증시에 상장된 기업 시가총액도 올 들어 1470억달러 줄면서 5310억달러로 추락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을 팔면 러시아 증시에 상장된 기업 전체를 사고도 1억4300만명에게 애플 아이폰을 공짜로 나눠줄 수 있다며 애플의 약진과 러시아의 부진을 빗댔다. 특히 애플의 시장 가치는 세계 17위인 싱가포르와 18위인 이탈리아 증시 규모를 능가한다고 덧붙였다.
애플뿐만 아니라 미 증시 대표 기업의 시가총액도 웬만한 신흥국 증시 전체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최근 엑슨모빌을 제치고 미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2위(4021억달러)로 올라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장 가치는 인도네시아 증시 규모(4196억달러)와 맞먹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는 3조6073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전체 시가총액인 2조9602억달러를 훨씬 능가한다.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 증권시장이 통합, 출범한 유로넥스트 증권거래소의 3조3714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증시 연일 사상 최고 경신
14일 마감한 뉴욕 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올 들어 41번째 사상 최고가 경신 기록을 세우며 2039.82를 기록했다. 최근 저점인 지난달 16일 이후 9.5% 상승했다. 다우지수도 이날 소폭 하락했지만 연이어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주식시장의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간 기준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올 들어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시가총액은 1월 17조65억달러에서 지난달 21조224억달러로 23.6% 증가했다. 양적 완화로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가 6년 넘게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금이 우량 블루칩에 몰린 결과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9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뒤 주가가 수직 상승해 지난 12일 기준 시가총액 2850억달러로 미 대표기업 월마트(2540억달러)와 GE(2650억달러)를 제친 것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유로넥스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기침체로 시가총액이 1월 3조4425억달러에서 지난달 3조3174억달러로 줄었다. 독일 증시도 같은 기간 1조8521억달러에서 1조6921억달러로 감소했다. 유로화 기준으로도 최근 한 달간 유로넥스트와 독일 증시의 시가총액은 각각 3.2%, 6.8% 줄었다.
일부에서는 미국 독주현상의 부작용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맡으면서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제니오 알레만 웰스파고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지금은 스스로 성장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다른 국가로부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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