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일본 간사이(서부) 지방을 찾았다. 지난 14일 오후 7시께 고베 시내의 산노미야역. 일본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고베시에는 상류층 소비자들이 많다.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수준이 높아 여성패션에선 도쿄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고베 중심지인 JR산노미야역 북쪽 출구 앞 광장은 주말 저녁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 유학와 현지 대학에서 20년째 학생들을 가르치는 C씨는 2000년대 이후 가장 경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모처럼 한국에서 찾아간 지인들을 위해 단골집에 예약하려고 했으나 자리가 없어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평소 자주 다니는 식당들도 하반기 들어 장사가 아주 잘 된다고 전했다.
15,16일 이틀간 둘러본 교토와 시코쿠의 주요 도시에서도 활기를 느꼈다. 교토역 상가에도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짧은 방문 기간이었지만 일본 주요 도시의 상가와 식당, 주점 등 소비시장은 살아있었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아베노믹스’가 그런대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했다.
일본에서 돌아와 회사에 출근한 첫날인 17일 일본에서 예상 밖 뉴스가 날아들었다. 일본 정부는 올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1.6%(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GDP 성장률은 2분기 -7.3%에 이어 분기 연속 마이너를 나타냈다. 올 4월 단행된 소비세율 8% 인상으로 국민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아베내각의 경제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요 언론매체들은 18일 일제히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17일 아베 정권의 시나리오와 달리 엔화 약세에도 수출이 좀처럼 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고 정부가 오판한 것이 아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대규모 금융완화로 엔화 가치가 떨어진 탓에 수입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올랐지만 급여 상승이 따라가지 못하고 소비세마저 올라 소비가 부진했다고 GDP 부진의 원인을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마이너스 성장의 가장 큰 이유가 재고투자의 대폭 감소이고 4분기엔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있는 만큼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다소 낙관적인 의견을 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 4분기부터 일본 경제가 살아나겠지만 내년에도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1990년대 중반 이후 20여년간 이어진 장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한국경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이 일본경제가 간 길을 따라 이미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한국 언론들은 '저성장 고착화' 전망까지 내놨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저출산 고령화의 인구구조까지 겹쳐 한국경제는 장기 불황이 시작된 20여년 전 일본경제와 닮아가고 있다. 저(低)성장, 저물가, 저투자, 저소비 등 ‘신(新) 4저’ 경제현상이 뚜렷해졌다. 경기 침체 속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이어진다.
우리나라가 일본경제의 뒤를 따라 저성장 시대에 진입할 것인가.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 내년의 한국과 일본 경제를 전망해보는 의미있는 포럼이 열린다.
한경닷컴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12월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 … 2015년 한일 경제 어디로’를 주제로 제3회 일본경제포럼을 개최한다. 국내 최고 일본 정치, 경제 전문가들이 나와 내년도 양국 경제 전망과 협력 방안을 발표한다.
올 들어 세 번째 열리는 일본경제포럼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간 정치, 외교 갈등을 풀고 경제분야에서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일본식’ 저성장에 빠질 가능성을 진단하고 대처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1990년 대 초반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경제를 다각도로 분석해 한국 기업과 소비주체들이 불황기를 뚫고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들려준다. 2015년 한국경제와 일본경제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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